김승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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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쌓여 해체된 檢… 정치는 어찌 손보나
권력 부여한 국민 두려운 줄 모르는 의원들
임기 줄여 2년마다 총선 치르면 태도 바뀔까
실보다 득 크다면 국회 압박할 이유 충분
검찰이 72년 만에 사라진 건 권력에 줄을 선 대가를 치른 것이었다. 권력의 눈치를 보느라 누구는 봐주고, 누구는 더 혼내주는 수사가 없었다고 말하기 어렵다. 인과응보란 시각도 많다. 그럼 국회는 어떤가. 국회가 국민의 뜻과 무관하게 엉뚱하게 법을 뜯어고치고, 의원들은 면책특권 뒤에 숨고, 재판을 지연시키며 임기를 다 채우고, 수준 이하 언행을 대놓고 반복하고 있다.
그렇다면 검찰에 한 것처럼 국회의 권능을 이리저리 분산할 수 있나. 이게 쉬운 일이 아니다. 국민이 직접 선출한 국회는 헌법과 국회법 등을 바꿔야 비로소 변화가 가능한데, 의원 자신들이 스스로에게 채찍이든 메스든 들이댈 리 만무하다.
우리 헌법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선언했다. 이런 주권재민 철학은 국회의원이 국민의 믿음을 배신했을 때 정치적 저항의 명분과 함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권위를 제공한다. 하지만 적잖은 정치인들은 당선 뒤엔 권력이 마치 자신에게서 나온 것처럼 행동한다. 유권자가 두려운 건 선거를 앞둔 6개월 정도일 텐데, 임기 4년에 비춰 너무 짧다는 시각도 만만찮다. 그렇다면 의원 임기를 2년 정도로 줄이고, 총선을 2년마다 치르면 정치가 더 긴장할까. 아니, 1년으로 축소 못 할 건 어딨나. 선거 간격 단축만으로 정치가 달라질 것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어떻게든 유권자 무서운 걸 각인시킬 수 있지 않을까.
2024년 계엄 직후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기막힌’ 말을 했다. 그는 국회의 탄핵안 표결에 불참한 같은 당 초선 의원에게 “내일, 모레, 1년 후에 국민들은 또 달라진다. 1년 후에는 다 찍어주더라”라고 했다. 1년만 지나면 유권자는 망각하고, 정치인들은 두 발 뻗고 지낼 수 있다는 말처럼 들렸다.
윤 의원의 말은 오랜 경험의 산물일지 모르겠다. 몇몇 정치인은 뭔가 잘못을 저지르더라도 새로운 이슈를 키워 국면을 바꾸고, 국민 세금 일부를 지역구로 가져온 뒤 생색내고, 다시 유권자를 섬기겠다고 다짐하며 위기를 넘기곤 한다. 모든 게 유권자의 망각과 타협 아래 가능했다. 역설적이지만, 이런 발언은 선거를 더 자주 치러야 할 이유를 웅변하는 것 아닌가.
의원 임기가 짧은 곳은 미국이다. 미 하원은 240년 가까이 2년마다 선거를 치렀다.(상원은 6년이다.) 미 하원의원들은 ‘선거가 너무 잦다’고 아우성이지만 유권자가 무서워 개헌 엄두도 못 낸다. 이 제도는 그런대로 잘 굴러왔다. 당시 논쟁은 훗날 대통령이 된 제임스 매디슨이 잘 기록해 뒀다. 그의 글을 보면 “매년 유권자 심판받아야 한다”는 1년 임기파와 “선거가 너무 잦아 비효율”이라는 3년 임기파가 맞섰다. 타협안으로 제시된 것이 중간값인 2년이다.
건국 초기 워싱턴 정가에선 “영국인들이 자유롭다고 여기는 건 착각이다. 그들은 오직 선거 기간 중에만 자유롭고, (7년 임기의) 의원이 당선되는 순간 영국인은 다시 무존재가 된다”는 유럽의 자조적 평가가 유행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당시도 정치인들은 선거 전과 후 많은 것이 달라졌나 보다.
그럼에도 의원 임기 단축은 개헌을 해야 가능한 어려운 일이다. 의원 3분의 2, 즉 200명 넘게 동의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임기를 줄이는 일에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들은 그럴듯한 반론을 제시할 것이다.
총선 때마다 4000억 원 넘는 선거관리 비용은 어쩔 것이며, 공천과 선거로 매년 2, 3개월 국회가 개점휴업하면 입법이나 예산 심의·결산이 지체되며, 사회는 잦은 선거에 따른 혼란이 커질 것이고, 출마자의 선거자금 부담이 늘어 검은돈 유혹이 커질 것이란 주장을 펼 것이다. 말 자체론 귀담아들을 점이 있다. 하지만 여의도가 민심을 더 두렵게 여기며 바로 설 수 있다면 이런 불편함과 정치인의 긴장감 유지는 진지하게 교량(較量 )해 볼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현재 존재하는 국회의원 제재 방법으로는 국회 윤리위원회 징계 정도다. 하지만 2년 넘게 윤리위는 구성조차 제대로 못 했고, 단 1건도 징계 결정을 못 내리고 있다. 윤리위 상설화, 외부 인사 참여 등 방안이 거론되지만 유권자의 강한 압박 없이는 뭐가 그리 달라질까 싶다. 부적격 의원의 중도 해임의 길을 여는 국민소환제는 지방의원과 단체장에게만 적용될 뿐 국회의원에겐 아직 먼 이야기다.
1987년 개정한 뒤 40년 가까이 흐른 지금의 헌법은 달라진 세상, 높아진 유권자 의식을 반영하기 위해 손봐야 한다. 그동안은 전문(前文) 수정과 대통령 중임제 등 권력구조 논의가 우선 거론됐지만, 논의는 멈춰 서 있다. 여기에 국회의원 임기 단축이 개헌 목록에 더해지길 희망한다. 정치인이 유권자를 더 존중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출처: 동아일보(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