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동 논설위원

30년 넘게 기자를 하면서 유력 정치인 등 유명인들의 사과 같지 않은 사과를 많이 봐왔지만, 추미애 경기지사의 ‘바라시니 사과’는 처음 본다. 사과는 잘못된 행동이나 발언의 피해자에게 마음을 다해 빌어 용서를 구하는 행위인데, 추 지사의 사과는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여론에 기름을 붓는 자기 파괴적이었다. 6선 의원에 여당 대표와 법무부 장관까지 지낸 사람이 했다고는 믿기 힘든, 나쁜 사과의 전형이다.
“제 의도와 다르게 전달이 됐다면 깊은 유감의 말씀을 드리고, 사과를 바라시니까 정말 마음을 다해서 사과드립니다.” 지난 13일 국회 행정안전위 국정감사의 ‘소방이 가장 큰 골치 아픈 재정 빨대’ ‘소방 인건비가 (예산을) 잡아먹는다’ 실언을 4일이나 넘긴 17일 김진석 소방위의 빈소를 찾았다가 기자들에게 ‘사과랍시고’ 한 발언인데, 잘못된 사과 행태가 짧은 한 문장에 모두 들어간 최악이다.
우선, ‘가정법 사과’부터 문제다. 내 의도는 그런 게 아닌데, 소방관들이 뜻하지 않게 상처를 입었다면 사과한다는 것으로, 마지못한 사과의 단골 수법이다. 이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어깃장이 붙는데, ‘바라시니 사과한다’다. 큰 뒤탈이 날지 몰랐다면 지능 문제고, 알고도 그랬다면 품성 문제다. 세 불리해 어쩔 수 없이 사과는 하지만, 잘못은 인정할 수 없다는 흔적 남기기인가. ‘유감의 말씀 드리고’도 적절한 사과의 형식은 아니다. 일본 총리들의 과거사 관련 단골 용어가 ‘유감(遺憾)’인데, 피해자가 느낄 감정이지 가해자가 쓸 말은 아니다. 국어사전엔 ‘마음에 차지 아니하여 섭섭하거나 불만스럽게 남아 있는 느낌’이라고 나온다.
실언 즉시 사과 않고 나흘을 뻗댄 것도 문제다. 13일 ‘소방이 재정 빨대’ 발언 이후 난리가 났는데도 버텼고, 16일 부천 사고현장 방문에서도 사과 않던 추 지사는 17일 김진석 소방위 순직 후 빈소를 찾아 부적절한 최악의 사과를 했는데, 안타까운 사고가 없었으면 그마저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여론이 급속히 악화하고 민주당 내에서도 징계 여론이 들끓자 19일 국회 국토교통위 국감장과 20일 소방노조와 만남에서 또 사과했다.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못 막는 형국이다. 앞으론 ‘사과드린다’ 대신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 ‘잘못했습니다’고 하기 바란다.
출처: 문화일보(2026-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