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상 논설위원

일러스트 이철원
2018년 평양 남북 정상회담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근접 취재했다. 30대였지만 고도 비만 때문에 숨소리가 거칠었다. 북한 관계자가 “장군님을 직접 보니 어떻습니까. 호탕하지 않습니까”라며 첫인상을 물어봤다. 누구나 생각하는 ‘무엇’이 떠올랐지만 이곳은 평양 한복판이었다. 반복된 질문에 답을 하지 않자 수행원은 “왜 솔직하게 말을 안 합니까”라며 화를 냈다. “기자는 기사로 말합니다”라고 답하면서 난처한 상황을 벗어났다.
▶과거 우리도 타인의 외모를 평가하거나 웃음 소재로 삼는 것이 일상이었다. 돼지, 소, 말, 하마, 곰처럼 동물 관련 비유나 별명이 많았다. 그러다가 붕어, 메기, 쏘가리처럼 어류(魚類)로 넘어가면 눈이나 입 관련 외모 비하가 됐다. 고(故) 이주일처럼 “얼굴이 못생겨서 죄송하다”며 자기 외모조차 웃음의 소재로 삼던 것도 과거 유산이다. 지금은 외모 평가 잘못하면 범죄다. 정상 국가에서 얼평(얼굴평가)은 ‘정치적 올바름(PC)’ 관점에서 배척되지만, 북한은 이런 개념 자체가 없다.
▶북한의 대남 비방, 그 중에서도 외모 비하 같은 욕설은 상상을 넘어선다. 전직 대통령들을 닭, 쥐, 삶은 소대가리처럼 동물에 비유하며 막말을 했다. 트럼프는 ‘늙다리 미치광이’ 오바마는 ‘혈통마저 불분명한 원숭이’ 바이든은 ‘치매 환자’라고 했다. 우리 국방장관들에 대해서도 “눈알이 튀어나온 미친개” “주둥이가 비뚤어진 얼간이”라고 했다. 욕설만 연구하는 인력이 따로 있다지만 북한 욕설은 인종, 성, 나이, 외모처럼 건드리면 안 되는 부분까지 전방위적이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이 22일 민주당 김병주 의원을 향해 “송사리 같은 자가 무책임하게 지껄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청와대 국방정책특보인 김 의원이 대남 확성기 가동을 예고한 김여정에게 “뻔뻔하고 낯 두꺼운 적반하장”이라고 한 것을 트집 잡았다. 김 의원을 비난하며 왜 ‘송사리’를 선택했는지 이유는 김여정만 알 것이다. 송사리는 작은 물고기라서 영향력 없고 하찮다는 뜻이 아닌가 추정할 뿐이다.
▶4성 장군 출신인 김 의원은 김여정 막말에 “여러 가지 어처구니없는 반응을 하고 있다”고 했다. 김여정은 명색이 담화문인데도 송사리 외에 ‘저능아, 철면피, 겁먹은 개’처럼 거친 표현을 사용했다. 이에 대한 ‘상응 조치’를 위해 험한 표현으로 맞대응할 수는 없다. 인권까지는 아니라도 ‘인간에 대한 기본 예의’가 작동 않는 세상인 모양이다.
출처: 조선일보(2026.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