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이후민 기자
■ 소소한 복도통신

“시아버지께서 저희 패물을 몽땅 갖다 버리셨대요. 도둑이 들까 봐 그러셨다는데, 누가 도둑이죠?”
이는 최근 대한항공 사내 게시판에 올라온 댓글이다. 실제 집안 일을 털어놓은 게 아니라, 회사가 정보보안을 위해 업무 기록 자동 삭제 방침을 내놓은 데 대해 ‘지켜야 할 물건을 버리는 셈’이라고 빗댄 것이다.
대한항공은 현재 ‘구글 워크스페이스’를 기반으로 업무를 한다. ‘구글 챗’이 사내 협업 메신저인 셈이다. 그런데 회사가 당초 채팅 기록은 하루, 메일 등의 기록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삭제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으며 대한항공 사내 게시판이 들끓은 것이다.
방침에 반발하는 직원들은 메신저가 단순한 대화 도구를 넘어 업무 경위를 확인하는 기록 창고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주일 전 문의를 인용해 답장하거나, 담당자가 바뀌었을 때 과거 협의 내용을 살펴보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해외 지점과 시차를 두고 일하는 데다 주말이나 휴가까지 겹치면 내용을 확인하기도 전에 사라질 수 있다는 걱정도 나왔다.
논란 끝에 개인 간 일대일 채팅 보관 기간은 하루에서 3일로 늘어 이달 1일부터 적용됐다. 여진은 이어지고 있다. 필요한 대화를 따로 저장하는 일도 만만찮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계정 유출 및 해킹 사고 발생 시 보관된 대화 내용이 정보 유출 통로가 될 수 있어, 보안 강화를 위해 사내 메신저 보관 기간을 축소했다”고 설명했다. 보안을 위해 줄인 ‘기록의 수명’이 보안 강화에 얼마나 보탬이 될지, 직원들이 우려하는 업무 불편은 얼마나 커질지 지켜볼 일이다.
출처: 문화일보(2026-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