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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언격(言格)[오후여담]

  • 관리자
  • 26.10.25
  • 13

이현종 논설위원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을 가져야 한다. 국민의 손을 잡고 반걸음만 앞서가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생전에 정치인의 자세와 자질에 대해 자주 쓰던 말이다. 지금도 이 말이 회자될 정도로 명언(名言)이다. 김 전 대통령은 즉흥적인 발언보다는 미리 단어 하나하나의 의미를 꼼꼼히 챙기고 이를 문안으로 작성해 마이크 앞에 섰다. 그래서인지 늘 그의 옆에는 국어사전과 영어사전이 비치돼 있었다.

 

대통령의 언어는 명료하고 최종적이어야 한다. 한마디 한마디가 국가의 정책 방향이나 외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 정치인의 말은 논쟁의 시작이 될 수 있지만, 대통령의 말은 논쟁을 정리하는 힘이 있어야 권위가 선다. 이재명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줄이라는 지적에 대해 19일 기자간담회에서 “국민과 직접 소통하고 직접 호소하는 목숨줄” “살려줄 수 있는 숨구멍”이라며 강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중앙일보가 이 대통령 취임 500일간 X에 게재한 글 1000건을 분석한 결과, 분노를 101회 표출했다고 보도했다. 즐거움 400회, 아쉬움 93회, 걱정 22회로 나타났다. 성남시장·경기지사 시절에는 SNS가 비주류인 이 대통령을 키워준 수단이 됐지만, 대통령은 과거의 자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무겁고 엄중하다.

 

지난 6일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국어 문법에 안 맞는 엉터리 단어를 쓰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장례식장이 유족 동의 없이 화환을 임의 처리할 수 없도록 표준 약관을 개정해야 한다고 설명하자 “보통 조화(弔花)라고 하지 않나. 경사에 쓰는 꽃을 화환이라고 한다”고 했다.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국립국어원은 야당 의원 질의에 “조문 목적의 꽃장식을 근조화환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며 “화환은 꽃의 재료와 형태를 의미한다”고 답변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이 쓴 ‘좌아하게’는 “사전에 등재되지 않은 말이라 평가할 수 없다”고 했다.

 

대통령이 SNS를 하는 것 자체를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자기 생각을 고집하거나 편 가르기로 쓰인다면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국무회의 생중계 축소나 SNS 자제 요구를 “거짓말” “목숨줄” 등의 격한 언어로 반박할 문제는 아니다.

 

출처: 문화일보(2026-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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