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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도쿄에 다시 등장한 쓰레기통

  • 관리자
  • 26.10.25
  • 17

김태훈 논설위원

 일러스트=이철원

일러스트 이철원


빔 벤더스 감독의 2023년 영화 ‘퍼펙트 데이즈’는 ‘청결한 일본’ 이미지를 재료 삼아 만든 작품이다. 도쿄의 공중화장실 청소부가 변기를 식기처럼 정성스레 닦고 화장실 주변까지 깔끔히 청소하는 장면을 보면 “저러니 일본이 깨끗하지”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음료 캔이나 휴지가 나뒹구는 장면을 상상할 수 없고 축구 경기 관람 후 앉은 자리를 청소하는 나라, 일본의 오랜 이미지였다.

 

▶일본을 여행하는 관광객들은 거리에 쓰레기통이 없는 걸 가장 불편해한다. 반면 일본인들은 “길에 버릴 일이 없는데 왜 쓰레기통을 설치하는가”라며 “개인 쓰레기는 봉지에 넣어 집으로 되가져가면 된다”고 한다. 담배꽁초도 꽁초 지갑에 넣었다가 따로 버린다. 1995년쯤부터 대도시에서 쓰레기통이 점차 사라졌다.

 

▶그런데 ‘청결한 선진국’ 일본의 이미지를 깨는 기사가 본지 국제면에 실렸다. 함께 게재된 사진엔 도쿄 도심 거리가 버려진 깡통과 종이 쓰레기, 담배꽁초로 어수선했다. 몰려드는 관광객 때문인가 했는데 아니었다. 한 지자체가 조사해보니 쓰레기 투기로 적발된 외국인은 25%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전부 내국인 소행이었다. 결국 지자체들이 없앴던 쓰레기통을 다시 만들어 설치하고 나섰다. 일부에선 ‘깨진 유리창 효과’ 탓을 한다. 멀쩡한 유리창에는 돌을 던지지 않지만 깨진 유리창에는 돌을 던지고 싶어지는 것처럼 외국인 관광객이 먼저 쓰레기를 버리니 따라 버린다는 얘긴데, 구차한 핑계이고 일본의 자랑거리를 스스로 포기하는 행태일 뿐이다.

 

▶ 자랑스럽던 모습을 잃어가는 선진국은 일본 뿐만이 아니다. 유럽을 대표하던 모범 국가 독일도 예전 같지 않다. 몇 해 전 독일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한 지인은 “독일 인프라가 요즘 엉망인데 열차만 해도 5~6년 전부터 상습적인 연착 때문에 믿을 수 없는 교통수단으로 전락했다”고 했다. 그는 “유럽 도시들을 여행하면 도시의 치안과 위생·생활편의가 서울에 뒤떨어진다”고도 했다.

 

▶수필가 김소운은 1952년 펴낸 ‘목근통신’에서 ‘일본은 근면하고 패션 감각 뛰어나며 세계 최고 수준의 출판 부수를 자랑하는 선진국’인데 ‘우리는 가난과 초라한 것뿐이고 어느 모로 따져 봐도 치켜들어 남 앞에 자랑할 게 없다’고 탄식했다. 우리 1인당 국민소득은 이제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서울은 CNN과 르몽드가 꼭 가야 할 여행지로 첫손 꼽는다. 눈부신 성취이지만 유럽과 일본 사례를 보면 함부로 자족할 일은 아니란 생각도 든다.

 

출처: 조선일보(2026.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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