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남 논설위원

지난 16일 경기 부천의 공장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김진석 소방위의 여섯 살 딸이 쓴 편지가 많은 사람을 안타깝게 했다. ‘아빠 나중에 꼭 다시 만나요. 보고 싶은 아빠. 사랑해요!’ 시민의 안전을 위해 헌신하다가 벌어진 일이지만, 유족에겐 마르지 않는 눈물의 세월이다. 재난 현장에서 겪은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소방관들도 있다.
소방관들의 높은 직업적 위험에도 처우와 장비 등 제도·물질적 기반은 취약하다. 여기에 13일 “소방이 가장 큰 골치 아픈 재정 빨대 같다”고 한 추미애 경기지사의 발언이 기름을 부었다. 추 지사의 설화(舌禍)와 별개로 “구조적 재정 문제를 말씀드리다가 나온 표현상의 실수”라는 해명은 제도 개선의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현재 소방공무원은 전국적으로 6만4861명으로 모두 국가직 공무원이다. 1992년 시도 광역자치 소방체제 시행으로 소방공무원 대다수는 지방자치단체 소속이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대형 재난 시 국가적 통합 대응 체제 필요성이 제기됐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4월 소방관들을 국가직 공무원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무늬만 국가직일 뿐 예산 편성권과 인사권은 지자체가 갖는 이원적 구조였다. 지역 간 소방 격차 해소와 국가 책임 강화를 내세웠지만, 인건비와 사업비 대부분을 지자체에 떠넘겼다. 국가직 전환만 하고 뒷수습은 내팽개친 문 정부의 책임이 적지 않다.
지난해 전국 소방예산 8조1478억 원 중 국비는 8696억 원으로 10.7%에 불과했다. 담배 판매량 등에 연동된 소방안전교부세를 국비 재원으로 삼고 있어 재정의 안정성도 떨어진다. 소방예산이 뒷전으로 밀리면서 사용 기한을 넘긴 소방관 보호 장비는 전국 평균 39%에 달했다. 지역별 소방관 처우와 안전 장비 격차도 여전히 크다.
국가직으로 전환했으면 재정을 제대로 투입해 국가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그게 아니면 지역 특수성에 맞는 소방 수요 충족을 위해 지방직으로 환원하고, 대신 적정한 수준의 국가 재정을 보충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대형 재난 지원은 국가직으로, 일반 재난 대응은 지방직으로 운영하는 ‘하이브리드 모델’도 가능하다. 국회가 여러 대안을 놓고 최선의 방안을 도출하길 바란다.
출처: 문화일보(2026-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