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권 논설위원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골프 회동’에 대비한 청와대 태스크포스(TF)가 가동됐다. 의전비서관을 팀장으로 청와대 유관 부서와 외교부 관계자들이 지난달부터 회의를 하며 만전을 기한다고 한다. 라운드 방식, 복장, 모자 디자인, 동반자 등 철저한 준비를 한다. 통상적인 의전 준비를 넘어선 이례적 행보다. 양국 정상의 필드 회동은 오는 12월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에 열릴 공산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골프광이자 실력파다. 공식 핸디캡은 2.8이지만 부풀려졌다는 평가를 고려해도 70대 후반에서 80대 초반을 친다. 여든 나이를 고려하면 ‘에이지 슈터(Age Shooter)’인 셈이다. 골프채를 다시 잡은 이 대통령의 실력도 만만찮다고 한다. 지난 7월 야당 인사와의 라운드에서 80대 후반의 스코어를 기록해 동반자들을 놀라게 했다. 소년공 시절 왼쪽 팔 관절을 다쳤음에도 200m에 육박하는 장쾌한 드라이브샷을 날렸다고 한다. 최근 가족들과 태릉골프장을 이용했다가 야당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골프는 트럼프 외교의 핵심 무대다. 이를 꿰뚫었던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는 취임 축하 선물로 혼마 금장 드라이버를 안기며 5차례 이상 필드를 함께 돌았다. 두 사람의 밀월은 ‘도널드-신조 관계’라는 고유명사가 만들어질 정도였다. 대학 시절 골프 선수로 활약했던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 역시 필드에서 관계를 쌓았다.
동반 플레이어의 면면도 관심사다. 아베 전 총리는 일본 출신 프로선수 마쓰야마 히데키를, 스투브 대통령은 살아있는 골프계의 전설 게리 플레이어와 함께했다. 이번엔 트럼프 대통령이 “골프를 한번 치고 싶다”고 라운드를 희망했던 박세리 선수나 2024년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리디아 고 선수 등이 물망에 오른다. 김혜경 여사의 골프 파트너가 누굴지도 관전 포인트다.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는 골프를 치지 않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신뢰가 확인된, 자신에게 득이 되는 극소수 정상에게만 골프 회동을 허용했다. 한미관계의 돌파구가 절실한 지금, 4∼5시간의 필드 동행은 결정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승부욕 강하기로 유명한 두 지도자의 샷 대결이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
출처: 문화일보(2026-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