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유진 '기술이 바꾼 일상의 역사' 저자
북극 항로
3줄 요약
팬스타 아크로호 22일 만에 로테르담 도착
부산항 물류 거점화로 지역 경제 활성화 기대
2030년 정기 노선 개설 가능성 따져볼 계획
Q. 지난 11일 북극 항로를 시험 운항한 컨테이너선이 부산으로 돌아왔다는 뉴스를 보았어요. 북극 항로가 무엇이고, 이 길이 열리면 어떤 점이 좋을까요?
북극 항로는 북극해를 가로질러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가장 짧은 뱃길입니다. 아시아에서 수에즈 운하를 거쳐 유럽으로 향하는 길은 약 2만㎞인데, 북극 항로의 길이는 약 1만 3000㎞에 불과해요. 우리가 흔히 보는 평면형 세계지도에서는 북극이 가장자리에 놓여 있어 이 길이 잘 보이지 않아요. 하지만 둥근 지구본을 위에서 내려다보면 북극해를 가로질러 두 대륙을 잇는 길이 보이죠.

/그래픽=김의균
오랫동안 이 길은 북극해를 덮은 해빙에 막혀 있었어요. 쇄빙선이 앞장서 얼음을 깨 줘야 겨우 화물선이 지날 수 있었죠. 그런데 지구온난화로 극지방의 얼음이 녹으면서 선체를 보강한 배만으로도 여름부터 가을까지 넉 달 남짓 북극 항로를 오갈 수 있게 됐어요. 인류가 만든 기후 위기가 역설적으로 새 뱃길을 열어준 셈이죠.
북극 항로가 새로 열리면 경제적으로 어떤 이점이 있을까요? 무엇보다 기업들이 화물을 빠르게 운반할 수 있어요. 이번에 시험 운항을 한 팬스타 아크로호는 8월 22일 부산에서 출발해, 22일 만인 지난달 13일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닿았어요. 이후 폴란드로 이동했고, 19일 한국으로 출발해 다시 22일 만에 부산에 도착한 겁니다. 기존 항로로는 편도로 한 달 넘게 걸리는데, 시간을 열흘 가까이 앞당긴 거예요. ‘시간이 곧 돈’이라는 말이 있죠? 화물이 바다 위에 떠 있는 시간이 길수록 돈도 더 듭니다. 그러니 화물을 맡기는 기업 입장에서는 시간을 벌면 돈을 버는 셈이랍니다. 운송하는 회사도 줄어든 거리만큼 연료를 아낄 수 있고요.
우리 정부와 부산시는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를 기대하고 있어요. 북극 항로가 열리면 부산항이 유럽행 화물이 모이는 물류 거점이 될 가능성이 있거든요. 지금 유럽으로 가는 배들은 보통 중국 남부를 거쳐 인도양으로 빠져나가는데요. 북극 항로를 이용하면 유럽으로 가는 길이 동북아에서 시작돼요. 만약 부산항이 경쟁 항구들을 제치고 새 거점이 된다면 화물을 싣거나 내리고, 연료를 넣고, 배를 수리하는 등 수많은 일감이 따라올 거예요.
다만 이 길이 상업 노선으로 자리 잡으려면 따져볼 게 많아요. 기존 뱃길보다 사고 위험이 큰 만큼 보험료가 비싸고, 러시아 해역을 지날 때는 통행료까지 내야 해요. 넉 달 남짓만 뱃길이 열리는 것도 문제예요. 일 년에 넉 달만 장사하는 가게에 단골이 붙기 어렵듯, 기업들이 열렸다 닫혔다 하는 뱃길로 화물을 정기적으로 보내기는 어렵거든요. 수심이 얕아 큰 배가 지날 수 없고, 완전히 녹지 않은 얼음을 피하느라 배가 예정보다 늦게 도착할 수도 있고요.
그래서 이번에 북극 항로에서 컨테이너선 시험 운항을 한 거예요. 실제 이익과 숨은 비용을 모두 고려해 경제성을 가늠해 보려는 거죠. 정부와 기업들은 이번 항해로 모은 정보를 분석해 2030년 정기 노선 개설이 가능할지 따져볼 계획입니다.
출처:조선일보(2026.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