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호 논설고문
프랑스 재정에 빨간불이 켜졌다. 정부의 지출 통제 실패에 고금리까지 겹치면서 재정 불안의 취약 고리로 지목받고 있다. 프랑스의 올해 국가부채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19.3%, 재정적자 비율은 5.4%에 이를 전망이다. 시장의 신뢰가 흔들리면서 10년 만기 국채 금리까지 24년 만에 가장 높은 5%에 육박해 설상가상이다. 국채 이자 비용만 국방·교육 예산을 넘어섰으며, 만기가 도래한 국채의 차환 발행마저 쉽지 않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은 국가 신용등급 강등을 경고하고 나섰다.
프랑스 국채는 외국인 보유 비중이 56%로 매우 높은데, 특히 일본 기관투자가들이 1500억 달러 이상을 들고 있다. 그동안 프랑스는 ‘AA급’의 높은 신용등급 덕에 엔 캐리 트레이드의 단골 표적이 되었다. 최근에는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자기 자금 5%에 95%의 대출을 얹어 프랑스 국채를 사들이는 레버리지 투자마저 기승을 부렸다. 하지만 갑자기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자 미쓰이스미토모DS자산운용이 프랑스 국채를 전량 매각했다. 그 여파로 국채 가격이 급락(금리 상승)하자 헤지펀드들까지 투매에 나서며 악순환의 나선에 빠져들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최후의 구원투수로 나서 국채를 매입할 수도 있다. 하지만 ECB는 “재정 개혁이 우선”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프랑스의 정치적 분열도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가 500억 유로 규모의 재정 감축안을 의회에 제출했으나 극좌·극우 야당의 반대로 난항을 겪는 중이다. 차기 대선의 선두 주자인 마린 르펜과 국민연합(RN)은 재정 삭감 공약을 내걸면서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낮추려고 하는 등 갈팡질팡하고 있다.
유로존 2위 경제 대국인 프랑스가 당장 국가부도를 맞을 가능성은 작다. 그러나 국민부담률(조세+사회보장부담금)이 GDP 대비 43.5%로 이미 매우 높다. 추가 증세는 정치적 반발이 불 보듯 뻔해 선택하기 쉽지 않다. 결국 공공 지출을 줄이고 연금을 삭감하는 수밖에 없는데, 벌써 학생들은 “교육 예산을 늘려 달라”며 거리시위에 나섰다. 프랑수아 빌르루아 드갈로 전 중앙은행 총재는 “조속히 재정을 통제하지 않으면 나라가 ‘질식 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랑스 재정 위기가 초읽기에 몰리고 있다.
출처: 문화일보(2026-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