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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에 '찍소리'도 못하는 정부 비웃는 청년들

  • 관리자
  • 26.10.15
  • 2


이동수 세대정치연구소 대표


[에스프레소]

주취 폭력을 일삼는 친척보다 자주 왕래하는 이웃이 더 낫다

지뢰폭발 후 왜 北을 두둔하나 그러니 "주적 어디냐" 묻는 것

 

2011년 3월 스물네 살에 입대한 군의 공기는 무거웠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피폭 사건이 발생한 이듬해였다. 선임들은 그때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후방 부대라 직접적인 충돌을 겪은 건 아니었지만, 경계 태세가 강화되는 것만으로 심리적 압박이 대단했다고 했다. 그 감정을 얼마 지나지 않아 경험할 수 있었다. 일병 시절 북한 김정일이 사망하며 다시 한번 부대가 발칵 뒤집혔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웃인가 적인가. 청년 세대의 시선은 복합적이다. 북한에 살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은 이웃이다. ‘잘못 태어난 죄’로 가난과 인권 유린에 시달리는 북한 주민들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래서 탈북민에게도 우호적이다. 북한 정권을 향한 태도는 정반대다. 김정은 일가는 비판과 조롱의 대상일 뿐이다. 이유는 복잡하지 않다. 2030 세대의 성장기에 북한은 도발을 거듭했다. 2006년 10월 첫 핵실험 이후 핵 무력을 점점 강화하고 있고, 천안함·연평도는 물론 최근의 DMZ 사태까지 각종 도발을 일삼고 있다. 청년들에게 북한은 70여 년 전 전쟁을 치른 나라에 앞서 현존하는 위협인 셈이다.

 

그동안은 한민족이라는 인식이 그 적대감을 융화해 왔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며 민족적 당위는 힘을 잃고 있다. 같은 민족이면 무조건 껴안아야 하는가? 과거엔 그렇게 생각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은 매년 ‘통일의식조사’를 시행하는데, 2010년대까지는 통일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사람들이 가장 큰 이유로 꼽은 게 ‘같은 민족이니까’였다. 이 응답은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2020년대 들어선 ‘남북 간 전쟁 위협을 없애기 위해’ 통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실 2030에선 통일 자체에 의문을 가지는 사람이 많다. 지난달 29일 발표된 ‘2026 통일의식조사’에서 ‘통일이 필요하다’는 20대(25.2%)와 30대(27.0%)는 전체 평균(39.0%)을 크게 밑돌았다. 통일 긍정 여론은 해마다 낮아지는 흐름에 있지만, 청년층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20~30대에게 한민족이라는 건 조부모 또는 그 전 세대로 올라가야 하는 옛말이다. 어쩌면 단일 민족을 강조하는 것 자체가 고루한 개념일지도 모른다. 세계화 시대에 나고 자란 이들은 같은 민족이어도 다른 나라일 수 있고, 다른 민족이어도 같은 나라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에 대한 청년층의 냉소도 민족의식 약화라는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공정이고 뭐고 간에, 왜 ‘남의 나라’ 사람들을 위해 ‘우리 국민’의 소중한 기회를 박탈하느냐는 것이다.

 

2026 지방선거 기간 인기를 끈 '주적 챌린지'. 선거 유세 중인 후보를 만나면 기습적으로 "대한민국의 주적은 누구?" 라고 물어 대답을 듣는 밈이다. /유튜브 캡처

 

툭하면 주취 폭력을 일삼는 친척보다 자주 왕래하는 이웃이 낫다. 북한이라는 나라를 바라보는 요즘 청년들의 정서다. 여권의 태도는 상반된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최근 북한에 의한 DMZ 지뢰 폭발을 “아직은 지뢰 공격으로 특정할 수 없다”며 두둔했다. 여당 정치인들은 북한을 성토하는 목소리를 오히려 ‘색깔론’이라고 힐난한다. 일본 우익들의 역사 왜곡이나 막말을 향해 보이는 분노의 반의 반만큼이라도 북한을 비판했다면 10~20대를 중심으로 “대한민국의 주적은 어디”냐고 따져 묻는 밈이 확산하진 않았을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집권 초 한미 관계, 대북 문제 등에 있어 기존 민주당 정치인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였다. 이른바 ‘실용 외교’ 기조는 청년층에서도 호응을 얻었다. 연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9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4050세대의 33~34%가 이재명 정부의 대북 정책을 긍정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여론은 30대에서 21%, 18~29세에선 13%에 그쳤다.

 

출처: 조선일보(2026.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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