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덕 본부장

창신메모리(CXMT)는 2016년 설립된 중국의 첫 D램 반도체 제조사다. 미국, 일본, 한국 순으로 넘어간 글로벌 반도체 주도권을 중국이 넘겨받겠다는 게 창업자 주이밍의 포부였다. 그는 종종 “중국의 삼성전자가 되겠다”고 말하곤 한다. 공언(空言)이 아니었다. 7월 상하이 증시 입성과 동시에 중국 시가총액 1위에 오르면서 목표에 성큼 다가섰다. 한국 ‘삼전닉스’와 미국 마이크론의 ‘빅3’ 체제에 언제든 균열을 일으킬 위협적인 존재가 된 것이다.
▷13일 한국 코스피가 5% 이상 빠진 원인 중 하나로 ‘CXMT 쇼크’가 지목된다. 이 회사가 차세대 서버용 D램 출시 계획을 밝히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부터 대거 팔았다는 것이다. 석 달 만에 100조 원대 이익을 내 세계 기업사를 새로 쓴 삼성전자나, 제조업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영업이익률 76%’를 기록한 SK하이닉스로서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업력 10년뿐인 후발 주자가 ‘양산 발표’도 아닌 ‘계획 공개’만 했을 뿐인데 세계 1, 2위 기업 주가가 나란히 폭락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CXMT는 만만하게 볼 기업이 아니다. 우선 돈과 행정 서비스를 화끈하게 지원하는 허베이성 지방정부가 든든한 ‘뒷배’다. 또 자국 고객사만 잡아도 현재 10%인 글로벌 D램 시장점유율을 단숨에 3위 수준인 20%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거대한 내수 시장이 있다. 관건은 기술력인데, CXMT는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는 중이다. 최근 CXMT가 ‘HBM3E’를 소량 생산하기 시작했고, 내년 초 이 칩이 탑재된 인공지능(AI) 가속기가 나올 전망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올 초만 해도 한국과 3∼4년 기술 격차가 있다고 했는데, 추격 속도가 생각보다 더 빠른 셈이다.
▷글로벌 시장이 CXMT 행보에 민감한 것은 비슷한 전례 때문이기도 하다. 중국 허베이성의 디스플레이업체 BOE가 대표적이다. 전자기업이었던 BOE는 2002년 11월 하이닉스로부터 액정표시장치(LCD) 사업부 ‘하이디스’를 사들였다. 일본, 대만 기업들을 밀어내고 글로벌 강자로 군림하던 삼성과 LG의 맞상대가 될까 싶었다. 그러나 BOE는 2018년 LCD 세계 1위가 됐다. 한국 기업들이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무게 중심을 옮긴 시기와 맞물린 결과라고 해도, 10여 년 만에 한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걸 입증한 것이다.
▷작년 초 전 세계 인공지능(AI) 업계를 놀라게 한 딥시크처럼 CXMT 역시 중국 반도체의 위상 변화를 보여준다. 껄끄러운 경쟁자가 링 한복판에 올라왔으니 피할 곳도, 숨을 곳도 없다. 중국의 기술 굴기는 앞으로도 다른 산업에서 온갖 ‘차이나 쇼크’를 쏟아낼 게 분명하다. 우리는 여기에 제대로 대비하고 있는 걸까.
출처: 동아일보(2026-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