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 기자
![[천자칼럼] 시험대 오른 북극항로](https://img.hankyung.com/photo/202610/AA.46038597.1.jpg)
16세기 말 네덜란드 오라녜공 모리츠는 중국과 인도로 가는 뱃길을 장악한 포르투갈을 피해 동양과 직거래하기를 원했다. 때마침 탐험가 빌럼 바렌츠가 북극항로를 제시했다. 그는 여름이면 24시간 낮이 지속되는 ‘백야’ 현상으로 바다가 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1595년 중국에 팔 상품을 실은 6척의 배는 얼마 못 가 되돌아왔다. 이듬해 바렌츠는 재도전에 나섰지만, 얼어붙은 바다에서 생을 마감했다.
혹독한 자연환경 탓에 북극해를 항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이었다. 조선 기술이 발전하면서 돌파구가 열렸다. 1878년 스웨덴 베가탐험대가 노르웨이 트롬쇠에서 출발해 1년 뒤 일본 요코하마에 도착하면서 북극항로 운항이 현실이 됐다.
방치된 항로는 북극의 해빙이 줄면서 주목받고 있다. 최근 10년간 북극해의 빙산은 연평균 4.3%씩 감소했다. 2030년대에는 북극해 얼음이 9월 기준 60%만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만간 8~9월 내내 쇄빙선 없이도 화물선이 오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부산~로테르담 간 거리가 1만3000㎞로 수에즈운하를 이용할 때보다 35%가량 줄어든다. 불안한 ‘정시성’과 허약한 ‘네트워크’는 약점이다. 북극항로는 최장 4개월만 이용할 수 있다. 유빙 상황에 따라 수에즈운하를 거칠 때보다 3일 이상 운송이 지연될 수도 있다. 중간에 대형 기착지가 없는 탓에 대형 컨테이너선이 오갈 유인도 떨어진다.
가장 큰 리스크는 항로를 장악한 러시아다. 러·우전쟁 이후 러시아에 대한 경계감이 커진 유럽에선 북극항로 이용을 극히 꺼린다. 러시아가 목줄을 쥐고 있기에 호르무즈해협만큼 위험하다고 본다. 자연스럽게 머스크와 하파그로이드 등 대형 해운사가 북극항로 이용 불가를 선언했다. 런던의 대형 보험사도 보험 적용을 제한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어제 북극항로 왕복 시범 운항을 마친 팬스타 아크로호의 귀항 환영식에 참석했다. 격변의 시기에 북극항로 같은 ‘물류 대안’을 준비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동시에 경제성과 외교적 파장도 꼼꼼히 따져야 한다.
출처: 한국경제(2026.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