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종 논설위원
지난 2일자로 검찰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데에는 이른바 ‘정치 검사’에 대한 여권의 원한이 작용했다. 과거 검찰의 권한이 막강하던 시절 일부 검사는 자신들이 정치인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착각 속에 권위적 행태를 일삼아 왔다.
대검 중앙수사부가 존재했던 시절 한 정치권 유력 인사가 중수부에서 수사를 받았는데 나이가 한참 어린 검사가 반말투로 신문하는 것에 멘털이 흔들렸다고 한다. 심지어 조사 중 식사하고 밥그릇을 치우지 않고 있었는데 “밥을 먹었으면 치워야지”라는 검사의 말을 듣고 감정이 무너졌다고 회고한 바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과정에서 당시 수사 검사들이 거만하게 조사를 했다는 것 때문에 민주당 진영에서는 두고두고 검사들에 대한 악감정을 가져왔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시 노 전 대통령의 변호인으로 수사에 입회하면서 모멸감을 많이 느껴 검찰 폐지의 신념을 갖게 됐다는 뒷얘기도 있다. 또, 정치권과 줄을 닿은 검사들이 수사를 출세의 도구로 이용한다는 의심을 받으면서 부정 여론이 높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에서 대통령으로 직행하면서 ‘정치 검사’ 프레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히, 12·3 비상계엄이 이를 촉발했다. 검찰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높은 것도 윤 전 대통령의 비상식적인 비상계엄이 큰 몫을 했다.
그런데 검찰이 폐지되면서 정치 검사가 사라진 줄 알았는데 신종 ‘정치 검사’가 나타났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11일 김지용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를 공개 비판한 임은정 광주지방중수청장에 대해 감찰을 지시했다. 윤 장관은 “임 청장은 중수청을 수사하는 기관이 아니라 정치하는 기관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에 임 청장은 과거 자신이 검찰에 있을 당시 징계를 당했다가 승소한 사실을 적시하며 “중수청에서도 감찰 1호인 만큼 사명감을 가지고 잘 대처하겠다”고 정면 대결을 선언했다.
임 청장은 검찰에 있을 당시 수사 능력보다는 내부 문제와 싸우면서 진보 진영의 지지를 받았고 이재명 대통령이 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그런데 지금은 사실상 이 대통령의 인사권에 항명해, 또 징계를 받을 처지가 됐다. 이 대통령이 이래저래 머리가 아프게 생겼다.
출처: 문화일보(2026-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