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꺼내 보기
‘등산로에서 멸종위기 수달과 조우’, ‘두 정상, 다자 회의장에서 짧은 조우’.
신문이나 뉴스에서 ‘조우’라는 말을 종종 보게 됩니다. 문맥상 ‘만났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넘어가기가 쉬운데요. 사실 이 말에는 숨겨진 맥락이 있습니다. 오늘은 ‘조우(遭遇)’라는 말을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한자를 풀어 볼게요. 조(遭)는 ‘만나다, 당하다’라는 뜻입니다. 조난(遭難)이라는 단어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뜻하지 않게 재난을 만나거나 당했다는 의미이지요. 다음으로 우(遇)를 보겠습니다. 우(遇)도 역시 ‘만나다’라는 뜻입니다.
두 한자 모두 왼쪽 아래에 ‘쉬엄쉬엄 간다’는 의미의 ‘착(辶)’이 받치고 있네요. 이 한자를 보니 왠지 길을 가다가 누군가와 딱 마주치는 장면이 떠오르지 않나요.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조우를 ‘우연히 서로 만남’이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우연히’입니다. 조우는 약속하지 않은 만남, 예상하지 못한 마주침에 쓰는 말입니다. ‘두 정상은 내일 오후 3시에 조우할 예정이다’라는 문장은 어떨까요. 시간까지 정해 둔 만남을 우연이라고 할 수 없을 테니 이때에는 ‘회동’이나 ‘회담’이 더 적절합니다. 반면에 앞선 예문처럼 등산로에서 뜻밖에 수달을 만났다거나, 회의장 복도에서 예정 없이 두 정상이 마주쳤다면 이때는 조우라는 말이 들어맞지요. 같은 만남이라도 계획된 것인지 아니면 우연인지에 따라 어울리는 단어가 달라지는 것입니다.
● 생각하기
돌이켜 보면 지금 우리 곁에 있는 거의 모든 인연들은 우연에서 출발했습니다. 우연히 마주치는 것은 조우이지만, 그 조우를 인연으로 이어 가는 것은 각자의 몫이지요. 여러분들에게도 학교나 학원에서 다양한 모양으로 마주치게 될 우연의 탈을 쓴 인연이 있을 겁니다. 오늘만큼은 평소보다 더 적극적으로 그러한 만남을 소중한 인연으로 가꾸어 가 보는 건 어떨까요.
출처: 동아일보(2026-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