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하은 변호사

행정·입법·사법의 삼권분립과 이에 기초한 상호 간 견제와 균형은 자유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이 더욱 확고하게 하려는 헌법상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의 가장 중요한 일부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이 국민으로부터 직접 선출되었다 해서 사법권보다 우위(優位)에 서서 사법부를 지휘, 명령, 강요할 권한은 없다.
대통령은 국가 원수의 지위(헌법 제66조 제1항)에서 대법원장과 대법관에 대한 형식적 임명권이 있을 뿐이다. 행정부 수반이 대법관을 임명할 수는 없는 것임이 헌법 원칙상 명확하고, 대법관 후보자에 대해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동의하도록 하는 헌법 규정이 바로 대통령의 형식적 임명권의 근거다. 대법원장의 대법관 후보자 임명 제청권, 국회의 동의권 및 대통령의 임명권은 각기 대등, 독립하고 우열 관계가 없다. 대통령이 대법관을 직접 골라서 임명할 실질적 권한을 가지고 행사할 수 있다면 대법원장의 제청권과 국회의 임명 동의권은 헌법에 규정되어 있을 필요가 없다.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하면, 해당 후보자에 대한 제청은 종료, 완결된다. 대통령은 이를 심사하거나 판단할 권한이 없다. 오직 제청된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 동의안을 그대로 신속하게 국회에 제출할 권한과 의무만 있다. 대통령에게는 대법원장의 제청 내용을 수정, 변경, 거부하고 일부를 선별, 반려해 제청을 다시 하라고 요구할 헌법적, 법률적 권한이 없다.
조희대 대법원장(오른쪽 아래)이 2026년 10월 6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인사말을 마친 뒤 소관 기관장들의 증인 선서가 진행되는 동안 자리에 앉아 선서를 거부하고 있다. /최기웅 기자
대법관 후보자로 임명 제청된 김성수 후보자에 대해서는 이미 국회 동의를 거쳐서 대통령이 임명했다. 그러고서도 손봉기 후보자에 대해서는 대법원에 재제청 요구를 고집하고 있는 것은 삼권분립과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파괴하는 위헌적인 처사다. 대통령이 수호해야 할 헌법 질서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자 침해다. ‘대통령과 실질적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절차적 완결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는 헌법적 근거가 없다. 대법원장이 대통령의 재제청 요구에 따라야 할 헌법적, 법률적 의무는 없다. 대통령의 재제청 요구 자체가 위헌이기 때문이다.
대법원장은 미리 대통령의 동의, 내락을 얻어야만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대법원장은 오해와 왜곡을 방지하기 위해 대통령에게 제청할 대법관 후보자에 대해 미리 알려주고 설명해 주는 것을 중단함이 타당하다.
대법원장이 손봉기 후보자를 제청한 이상, 남은 문제는 대통령이 지금이라도 하루빨리 손 후보자에 대한 임명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해서 절차를 밟도록 하는 것 외에는 없다. 대법원장의 제청은 완결, 종료된 지 이미 오래됐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그렇게 해야만 손 후보자에 대한 현재의 미결정 상태를 끝내고, 사법권 독립과 국회의 동의권을 지켜 헌법 수호 책무를 다하는 것이 된다. 그것만이 손 후보자의 헌법상 공무담임권에 대한 절차상 권리(국회의 임명 동의 절차에서 판단 받을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것이다.
헌법 수호 책무를 지는 대통령이 대법원장의 대법관 후보자 제청권과 국회의 동의권 및 대법관 후보자 손봉기 개인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고 있는 위헌적 상태는 대통령에 의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런 상태를 종결시킬 권한과 의무를 가지는 유일한 사람도 오직 대통령뿐이다. 다른 누구도 그렇게 할 권한과 의무가 없다.
출처: 조선일보(2026.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