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성준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
최근 우리 군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편치 않다. 학군장교와 학사장교, 부사관 지원자는 줄고 초급간부의 조기 전역은 늘고 있다. 일선에서는 간부 부족으로 장교와 부사관의 업무 부담이 커졌다는 호소도 나온다. 다른 한편에서는 군인의 온라인 도박과 가상자산 투기, 과도한 채무와 사기 등의 일탈도 이어지고 있다. 성격은 서로 다르지만 군의 인적 기반과 직업윤리, 조직 관리 체계가 동시에 흔들린다는 점에서는 맞닿아 있다.
이를 일부 장병의 기강 해이나 젊은 세대의 문제로만 봐선 안 된다.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병영이 사회와 실시간으로 연결되면서 군을 지탱해 온 조건 자체가 달라졌다. 간부들도 군의 급여와 근무 환경, 경력 개발 가능성을 민간 일자리와 비교하는 만큼, 희생만을 강조해서는 우수 인재를 확보하고 붙잡아 두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군대사회학자 찰스 모스코스는 현대 군대가 사명과 헌신을 중시하는 ‘제도적 조직’의 성격을 유지하면서도 급여와 근무 조건, 경력 개발을 중시하는 ‘직업적 조직’으로 변화한다고 설명했다. 우리 군도 이러한 전환기에 있다.
현재 병사와 초급간부의 주축인 청년 세대는 개인의 권리와 공정성, 노력에 상응하는 보상과 성장 가능성을 중시한다. 그렇다고 이들을 책임감이나 충성심이 부족한 세대로 단정해선 안 된다. 디지털 기술과 수평적 소통에 익숙한 이들은 드론과 인공지능(AI), 사이버전과 무인 체계가 전장을 바꾸는 시대에 군이 활용해야 할 자산이다. 문제는 젊은 세대의 자질이 아니라 이들을 과거 방식으로 관리하려는 조직의 지체에 있다.
온라인 도박과 가상자산 투기, 불법 대출과 보이스피싱 같은 문제도 특정 세대의 도덕성 저하라기보다 디지털 사회의 위험이 병영으로 확장된 현상에 가깝다. 휴대전화 사용을 제한한다고 도박 중독과 금융 문맹, 과도한 채무까지 해결되는 건 아니다. 장병이 위험을 스스로 판단하고 책임 있게 행동하도록 직업윤리와 금융 지식, 디지털 책임의식을 길러야 한다.
초급간부 지원 감소도 곧 간부의 질 저하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원자가 계속 줄면 선발의 선택 폭이 좁아지고, 부족한 인력을 남은 간부들이 떠안으면서 유능한 인력마저 군을 떠나는 악순환이 나타난다. 충원을 위해 선발 기준이나 양성 교육을 느슨하게 한다면 당장의 정원은 채워도 장기적으로 군의 전문성과 전투력이 약화될 수 있다.
외국 군대도 비슷한 고민을 겪고 있다. 미국은 장병의 주거와 정신건강, 금융 건전성을 전투 준비 태세의 일부로 관리하고 채무와 도박을 보안 위험으로 다룬다. 독일군은 장병을 판단 능력을 지닌 ‘군복 입은 시민’으로 보고 전문성과 명령의 정당성에 기반한 지휘를 강조한다. 영국도 도박과 금융 문제를 처벌에만 맡기지 않고 상담과 치료로 연결한다.
우리 군 또한 처우와 교육, 지휘 문화와 위험 관리를 하나의 인력 정책으로 묶어야 한다. 급여뿐 아니라 격오지 근무와 주거, 당직, 가족 생활과 경력 개발을 함께 개선하고, 양성 교육에는 직업윤리와 금융 건전성, 디지털 책임과 보안의식을 강화해야 한다. 젊은 장병에겐 복종만 요구하기보다 임무의 목적을 설명하고 권한과 책임을 함께 부여해야 한다. 첨단 무기도 결국 사람이 운용하는 만큼, 강군의 성패는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고 길러내며 지켜내는 데 달려 있다.
출처: 동아일보(2026-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