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완준 논설위원

에너지 공기업인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지난해 쓴 예산은 약 5조 원이다. 이런 예산 집행을 총괄하는 난방공사 사장에 관련 경력이 없는 경기 성남 지역 환경운동가 출신 하동근 씨가 올해 4월 임명됐다. 하 사장은 2000년대 이재명 대통령과 함께 성남시립의료원 설립 활동을 한 인물이다. 이 대통령을 30년 가까이 보좌해 온 김현지 대통령제1부속실장의 결혼 주례를 서기도 했다. 이 때문에 임명 직후 ‘보은 인사’ 논란이 일었다.
▷국회 국정감사 첫날인 6일, 이번엔 하 사장의 임명 과정이 도마에 올랐다. 난방공사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하 사장은 올해 초 사장 공모 당시 서류 심사를 통과한 8명 중 8등이었다. 이후 난방공사의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추린 최종 후보 5명에 들었다. 5명을 대상으로 한 면접에서도 하 사장은 5등을 했는데,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하 사장을 사장 후보로 제청했다. 과거 성남의 한 시민단체에서 이 대통령과 같이 활동했던 남광우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친여 성향 개그맨 출신인 서승만 국립정동극장 대표 등도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공공기관들의 한 해 지출 규모는 정부 예산보다 많다. 국회예산정책처 자료를 보면 지난해 공공기관 355곳이 집행한 금액이 약 965조 원, 정부의 총지출은 684조 원 정도였다. 공공기관 예산 중 14.5%는 국민의 세금인 정부 예산으로 충당했다. 이처럼 막대한 돈을 주무르는 공공기관장들이지만 역대 정권마다 논공행상을 위한 전리품 정도로 여겨져 온 것이 사실이다. 진보 보수 정부를 가리지 않고 대선 캠프 출신, 낙천한 국회의원, 친여 인사 등을 전문성과 상관없이 공공기관에 내리꽂는 인사가 반복됐다.
▷윤석열 정부 때도 2024년 10월까지 인수위 출신을 비롯해 여권 인사 140명가량이 공기업 기관장과 상임이사 등으로 임명됐는데, 그중 119명이 직무 연관성이 낮았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6개월을 남기고 청와대 출신 인사 등 59명을 공공기관장과 임원으로 잇따라 임명했다. 박근혜 정부는 집권 1년여 만에 공공기관장 153명을 임명했는데, 절반에 가까운 75명이 친박계 정치인 등 낙하산 인사로 분류됐다.
▷야당일 때는 ‘내 편 챙기기’ 인사를 비판하다 막상 여당이 되면 슬며시 태도를 바꾸는 것이 그동안 정치권이 보여 온 모습이다. 여야는 십수 년간 이른바 공공기관 낙하산 방지법을 발의해 놓고 논의는 뒷전으로 미뤘다. 공공기관장이나 상임이사가 되려면 5년 이상 해당 업무를 해야 한다거나, 국회의원을 그만둔 뒤 3년이 지나야 기관장 추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내용들이었다. 22대 국회에서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의원들이 비슷한 법안을 냈지만 상임위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출처: 동아일보(2026-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