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주원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홍보이사·전문의
■ 마음상담소

게티이미지뱅크
▶▶ 독자 고민
재수하는 자녀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엄마인 저도 덩달아서 불안합니다. 아이가 시험을 앞두고 불안해하는 모습이 안타까운데 도대체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아이가 간절히 원하는 꿈이 있는데, 그걸 이루기 위한 첫 관문에서 좌절할까 봐 불안하고 시험 생각만 하면 두근거립니다. 자녀가 괜찮은지 계속 물어보고 긴장하지 말라고 말하게 됩니다. 그랬더니 아이에게 오히려 제가 더 불안해 보인다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어떻게 하면 자녀의 불안을 줄여주고 좋은 결과를 얻을지 고민입니다.
A : ‘긴장하지마’란 말은 되레 역효과… 자녀의 마음을 들어보세요
▶▶ 솔루션
긴장하지 말라는 말은 오히려 자녀의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습니다. 자기의 감정을 바탕으로 타인의 감정을 바라보는 것을 투사라고 합니다. 엄마의 감정을 자녀에게 투사하지 않는 것이 가장 우선입니다. 수능 때문에 불안한 자녀가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안식처가 되어 주려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내 감정은 미루고 자녀의 마음을 듣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불안은 전염되기도 합니다. 세균이나 바이러스처럼 감염되는 것은 아니지만 옆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거나 자꾸 부정적인 내용, 걱정에 대해서만 언급을 한다면 안 그래도 시험을 앞두고 불안한 학생이 더 불안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시험을 치는 것은 학생 당사자가 가장 힘들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힘든 사람을 더 힘들게 하지 않으려면 내 불안을 과도하게 티 내지 않아야 하지만 불안이라는 것은 너무 과할 경우 넘쳐 흘러서 식은땀, 두근거림 등 신체 반응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아니면 부정적인 내 생각에 대해 상대방에게 여러 번 확인하는 강박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내용도 여러 번 이야기하면 독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격려도 반복적으로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언어로는 “괜찮아. 너는 잘할 거야”라고 표현하지만 실제로는 불안한 표정과 태도를 보이지 않는지도 점검해야 합니다.
열심히 준비했더라도 시험은 당연히 불안한 것입니다. 오랫동안 준비한 데다가 작년의 일이 생각날 수 있는데, 떨리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입니다. 하지만 좋은 추억도 똑같이 반복되지 않듯이, 나쁜 일도 마찬가지로 반복되지 않습니다. 올해와 작년은 별개의 사건이라는 점, 차라리 이런 부분을 학생하고 이야기해보는 것이 도움 될 수 있습니다. “떨지 마. 긴장하지 마.” 이런 말보다는 사실은 떨어도 잘할 수 있고 긴장하더라도 시험을 잘 볼 수 있다는 말이 더 도움이 됩니다.
우리 자율신경계는 청개구리와 같아서 긴장되는 상황에서 억지로 불안하지 않으려고 평정심을 가지려고 억누르게 되면 그 반작용으로 더욱 긴장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마음 편하게 시험을 치는 것이 아닙니다. 한 달 남짓 남은 시험으로 인한 불안을 받아들이고 그 괴로움으로 인해서 더 좋은 결실을 얻을 수 있음을 기억하는 것이 시험 이후의 행복을 기약할 것입니다.
출처: 문화일보(2026-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