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 백영고 교사(유튜브 ‘오분 만에 마스터하는 국어’ 운영)

● 꺼내 보기
‘허위 매물로 수작 부린 중개업자 적발’, ‘선거 앞두고 표심 노린 얄팍한 수작’.
신문 기사나 일상 속에서 ‘수작’이라는 말을 종종 마주합니다. 대개 부정적인 행동이나 속셈 정도로 읽히지요. 그런데 이 말이 처음부터 이런 의미였을까요. 오늘은 ‘수작(酬酌)’이라는 말을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한자를 풀어 볼게요. 수(酬)는 ‘갚다, (잔을) 돌리다, (술을) 권하다’라는 뜻입니다. 작(酌)은 ‘술을 붓다’라는 뜻인데, 술을 따를 때 상대 잔의 양에 맞춰 알맞게 붓는다는 데서 ‘헤아리다’의 뜻도 생겼습니다.
두 한자 모두 왼쪽에 술 항아리 모양을 본뜬 ‘유(酉)’가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띄네요. 수작은 본래 술잔을 주고받는 모습을 담은 말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도 첫 번째 뜻을 ‘술잔을 서로 주고받음’이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술잔이 오가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도 오가서일까요. 두 번째 뜻은 ‘서로 말을 주고받음 또는 그 말’입니다. 그런데 술자리에서 오가는 말들 중에는 술김에 하는 허튼소리나 속셈을 감춘 빈말도 섞이기 마련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세 번째 뜻은 ‘남의 말이나 행동, 계획을 낮잡아 이르는 말’입니다. 즉, ‘수작을 부리다’, ‘뻔한 수작’과 같이 가장 흔하게 쓰이는 것이 바로 세 번째 의미이지요. 정다운 술잔에서 시작된 말이 얄팍한 속셈을 가리키게 됐으니 말의 운명도 사람의 운명처럼 알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 생각하기
같은 ‘수작’인데 왜 어떤 것은 정다운 대화가 되고, 어떤 것은 낮잡아 이르는 말이 되었을까요. 그 차이는 아마도 말 속에 담긴 화자의 마음 때문일 것입니다. 진심을 담아 건넨 말은 온기를 품고 있지만, 하대와 무시가 담긴 말은 냉기를 품을 수밖에 없지요. 오늘 여러분이 건네는 말들에는 어떤 마음이 담겨 있는지 한번 생각해 봅시다.
출처: 동아일보(2026-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