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미 한국수입협회장
![[한경에세이] 세빛섬서 만난 유럽의 숨은 챔피언들](https://img.hankyung.com/photo/202610/07.45579374.1.jpg)
추석 전 한국수입협회가 유럽연합(EU) 회원국 대사들을 초청한 세빛섬 만찬장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우고 아스투토 주한 EU 대사를 비롯해 27개 회원국 가운데 프랑스, 체코, 이탈리아, 크로아티아 등 18개국의 대사와 대사대리가 한자리에 모였다. 민간 경제단체가 주관한 행사로는 이례적으로 높은 참석률이었다. 한국과 유럽이 서로를 중요한 경제·문화 파트너로 바라보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번 만찬은 올해 수입협회가 주최한 한국수입엑스포에 EU가 주빈국으로 적극 참여해 행사를 성공으로 이끈 데 대한 감사를 전하는 자리였다. 특히 아스투토 대사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EU의 주빈국 참여가 처음 성사됐다. 수입엑스포는 해외 상품을 전시하는 일회성 행사가 아니다. 국내 기업에는 새로운 공급처를 찾는 기회를, 소비자에게는 세계 각국의 우수한 상품을 만나는 기회를 제공하는 교류의 장이다.
유럽 상품은 이미 우리 일상에 깊이 들어와 있다. 치즈와 올리브유, 와인과 초콜릿은 물론 자동차·의약품·화장품까지 유럽의 품질과 감성은 한국 소비자에게 낯설지 않다. 이는 품질과 안전, 디자인과 전통을 오랜 시간 지켜온 결과다. 그러나 우리가 접하는 유럽은 아직 몇몇 국가와 품목에 집중돼 있다. 더 많은 EU 국가의 우수한 상품과 기술을 소개할 수 있다면 소비자의 선택은 넓어지고, 교역의 기반도 한층 균형 있게 성장할 수 있다.
이번 만찬은 의례적인 인사를 나누는 자리가 아니었다. 특히 동유럽 대사들은 한국 시장의 역동성과 소비자의 높은 안목에 깊은 관심을 보이며, 한국과 더욱 가까워지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오후 7시에 다른 일정으로 떠나야 한다던 벨기에 대사는 대화에 몰입한 나머지 8시가 다 돼서야 자리에서 일어섰다. 필자가 “이제 가셔도 괜찮으신가요?”라고 웃으며 배웅할 만큼 분위기는 따뜻하고 진지했다.
무역은 물품의 이동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사람과 문화가 만나고 신뢰가 쌓여야 전시가 상담으로, 상담이 실제 거래로 이어진다. 만찬 참석자들은 내년 한국수입엑스포에도 적극 참여하겠다는 뜻을 모았다. 그 약속은 단순한 재참가 의사를 넘어 한국과 유럽의 교역 지평을 넓히겠다는 의지다.
유럽에는 아직 한국 시장에 잘 알려지지 않은 경쟁력을 지닌 ‘숨은 챔피언(hidden champion)’이 많다. 그리스·헝가리의 와인, 루마니아의 해바라기유와 유기농 화장품, 불가리아의 치즈, 라트비아의 친환경 목재, 에스토니아의 디지털 기술과 같은 것들이다. 익숙한 원산지와 품목에만 머문다면 기회를 놓치고 공급망은 취약해질 수 있다. 좋은 수입이란 물건을 들여오는 것을 넘어 선택권을 넓히고 경제의 회복력을 높이는 일이다. 내년 6월 코엑스에서 열릴 한국수입엑스포가 유럽의 숨은 챔피언과 한국 시장을 잇는 든든한 가교가 되기를 기대한다.
출처: 한국경제(2026.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