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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좌(左)아하게'

  • 관리자
  • 26.10.05
  • 6

정우상 논설위원

 일러스트=이철원

일러스트 이철원


지금은 좌파, 우파가 정치 용어로 사용되지만 얼마 전까지 좌파는 ‘빨갱이’와 동의어 취급을 받았다. 우파, 좌파로 구분하면 우파들은 가만있는데 좌파들은 “색깔 공세”라며 반발했다. 보수·진보로 부르는 것도 좌파들의 ‘좌파 기피증’ 때문이었다. 10년 전 민주당 기사에 인용 형태로 ‘좌파’라는 표현을 썼더니 한 의원이 “왜 개혁, 진보를 놔두고 좌파라 쓰느냐”고 항의한 적도 있다. 민주당에서 ‘좌(左)’는 금기어였다.

 

▶과거 대학가에선 ‘좌경 학생가’라는 노래가 불렸다. 운동권 학생들이 자신들은 ‘좌경용공’ 세력이 아니라고 하는 풍자 노래였다. ‘우리들은 대한 건아’로 시작되는 응원가의 가사를 바꾼 노가바(노래 가사 바꿔 부르기)였다. “우리들은 좌경 학생/좌장면 먹고 좌전거 타고/남가좌동 북가좌동/좌석 버스 타고 가좌/걸을 때는 왼쪽으로/화장실 노크도 왼손으로/나가좌, 싸우좌”

 

▶그러나 1990년대 들어 자신들을 좌파로 규정하는 정치 세력들이 등장했다. 사노맹(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이 그랬다. 시인 박노해, 조국 전 대표가 사노맹 출신이다. 1991년 한국사회주의노동자당 준비위가 만들어졌고, 이듬해 백기완 대선 후보 추대 세력이 좌파를 자처했다. 노회찬, 주대환 등이 활동했고, 나중에 민주노동당의 기반이 됐다.

 

▶인터넷이 발달하며 정치 진영 사이에 비하 용어가 늘어났다. 보수 커뮤니티에선 좌파 네티즌들을 ‘좌티즌’ ‘좌빨’이라 했고, 진보 쪽에선 태극기 부대를 ‘틀딱부대’라 비하했고 이들의 유튜브를 ‘틀튜브’라고 했다. 이에 맞서 좌파 성향 포털은 ‘좌음’, 사회성 발언을 자주 했던 가수를 ‘좌이유’라고 불렀다. 접두어 ‘좌’는 멸칭에 많이 사용됐기 때문에 ‘일베 용어’라는 견해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소셜미디어에 지지자 글을 공유하며 “많이들 응원해주세요. 좌아하게 말입니다”라고 썼다. 개딸들이 ‘우아하다’는 말을 자기 진영에는 ‘좌(左)아하다’로 쓴다고 한다. ‘좌아한 석저씨’는 ‘우아한 김민석 아저씨’라는 뜻이다. 대통령이 ‘좌아하게’를 사용한 이유는 알 수 없다. 그런데 회사 간부가 신입 사원과 소통한다며 20대 유행어를 썼다가 분위기만 싸늘해지는 어색함이 느껴진다. 분명한 건 ‘모두의 대통령’을 다짐했던 대통령이 지금 어느 쪽을 보고 있는지다. 대통령은 “SNS는 국민과 소통 수단”이라고 했다. ‘좌아하게’를 알아듣는 국민은 0.0001%도 안 될 텐데 대체 누구와 소통하고 있는 건지 걱정이 앞선다.

 

출처: 조선이보(202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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