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알퍼 칼럼니스트
학교에서 정규 연기(Drama) 수업을 하는 영국의 학생들 /TheVictoryAcademyChatham 페이스북
지난달부터 100만명이 넘는 영국 학생들이 대학 입시의 첫 관문인 GCSE(중등교육학력평가) 준비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한국 학생들이 책상에서 영어·수학과 씨름하는 동안 영국 수험생들은 연기, 즉 드라마(Drama) 시험 준비를 위해 무대로 향한다.
정규 과목으로 연기를 배운다는 것이 낯선 문화임을 나는 한국에 살아보고야 알았다. GCSE를 앞둔 영국 수험생들이 수업 시간을 쪼개 몇 시간씩 연기 연습에 몰두한다는 사실은 한국인에게는 다른 세상 이야기처럼 들릴 것이다. 초중등 교육 과정에서 드라마가 필수 과목이어야 함을 강조해 온 영국 정부는 최근 개편된 교육 과정에서 드라마 과목의 비중을 더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나 또한 GCSE에서 드라마를 입시 과목 중 하나로 선택했는데 그 이유를 또렷이 기억한다. 당시 드라마는 공부에 그다지 관심 없던 학생들이 만만하게 고르던 과목이었다. 연기 자체에 관심이 있어 드라마를 선택한 사람은 드물었다.
영국 정부에 따르면 드라마는 창의력과 자신감을 키워주고 치열한 취업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는 경쟁력을 높여 준다고 한다. 그럴싸한 이야기다. 그런데 모두 알고 있지만 아무도 입 밖에 내지 않는 문제가 하나 있다. 과연 드라마 수업이 삶에 필요한 어떤 능력을 길러줄 수 있을까?
드라마 수업을 옹호하는 쪽은 영국이 셰익스피어와 오스카 와일드를 배출한 극예술의 정신적 고향이라고 반박한다. 나 또한 셰익스피어가 훌륭한 작가라는 데 이견이 없지만, 정작 드라마 수업에서는 그의 작품을 다루지 않는다. 중등 과정 학생들에겐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배우지 않지만 실생활에 꼭 알아야 할 것들은 수두룩하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간단한 요리나 집 수리 방법도 모른 채 졸업한다. 나는 드라마 수업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청년 실업률이 증가하고 AI가 많은 일자리를 빼앗는 시대에, 드라마 수업을 강조하는 것이 과연 최선의 선택인지 잘 이해되지 않는다.
출처: 조선일보(2026.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