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숙 논설위원

독일 언론인이 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관련 책 출판기념회가 중국 측의 압박으로 취소되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 편집장을 지낸 슈테판 아우스트와 ‘슈테른’의 전 중국 특파원 아드리안 가이게스는 지난 2021년 ‘시진핑-세계에서 가장 센 권력자’ 출간에 맞춰 뒤스부르크-에센대와 라이프니츠 하노버대 공자학원에서 온라인 출판기념회를 가질 계획이었지만, 행사 직전 없던 일이 됐다.
독일 언론에 따르면 당시 독일 주재 중국대사관은 “시 주석을 평범한 사람으로 함부로 논평하면 안 된다”며 행사 취소를 종용했다고 한다. 공저자 가이게스는 “중국은 오직 시 주석 숭배만을 원하는 것 같다”고 평한 바 있다.
중국의 검열은 책뿐만이 아니다. 미국 언론이 2013년 미·중 정상회담 때 시 주석을 아담한 곰돌이 푸,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을 키 큰 호랑이 티거에 비유한 뒤부터 중국은 푸 차단에 나섰다. 시 주석을 귀여운 곰으로 묘사한 것을 권위에 대한 모독으로 간주했는지 푸가 등장하는 디즈니 영화 등을 상영 금지시켰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자신이 곰으로 그려진 것에 대해 시 주석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자 중국 정부가 검열을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홍콩에서는 물론 해외 각국에서 벌어지는 반중(反中) 시위 때엔 곰돌이 푸가 어김없이 등장한다. 중국의 검열 때문에 해외에서 ‘곰돌이 푸=시진핑’으로 통하게 된 것이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중식당 ‘시진핑’이 추석 연휴 때 테러를 당했다. 무비자로 입국한 중국인 4명이 새벽에 침입해 페인트와 농약을 뿌리고, 시진핑 간판에 검은색 래커를 칠했다. 식당 운영자는 중식당 중 최고가 되겠다는 의미로 상호를 정했다고 하는데, 이들의 눈엔 주석 모독으로 보인 듯하다.
체제가 다르면 행위에 대한 판단도 달라지는 것일까? 한국인의 시각에선 간판에 쓰인 주석 이름을 지운 행위가 오히려 불충(不忠)으로 느껴진다. 그나저나 중국의 위력이 점점 거세지고 있어 중국인들이 ‘천하지존’으로 받드는 시 주석을 건드리면 공격을 받을지 모른다. 시 주석 비판 글을 쓸 때마다 중국인 원정 테러 후 상호를 바꾼 분당의 중식당을 떠올려야 하는 시대가 오는 것 같아 두려울 뿐이다.
출처: 문화일보(2026-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