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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뼈로 들여다본 선사인의 바다[김창일의 갯마을 탐구]〈152〉

  • 관리자
  • 26.10.02
  • 5

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

 

한반도에 살던 선사인들은 어떤 물고기를 먹고 살았을까. 몇 해 전 연평도에서 해양문화를 조사하던 중 우연히 패총을 발견한 적이 있다. 국가유산청에 신고해 발굴 조사가 이뤄지도록 했다. 굴 껍데기와 고둥류로 이뤄진 패총을 보며 물고기 뼈가 있는지 살폈으나 찾지 못했다. 호기심이 발동해 연평도에 산재한 10여 개의 신석기 패총을 찾아다녔지만 끝내 궁금증을 풀지 못했다.

 

해안 곳곳에 남아 있는 패총을 보면 당시 사람들이 굴과 고둥, 조개를 즐겨 먹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물고기는 사정이 다르다. 뼈가 온전히 남기 어려워 어떤 물고기를 얼마나 잡아먹었는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 삼국시대 무덤에서 고등어 뼈가 나오고 백제 유적지인 풍납토성에서 여러 물고기 뼈가 발견됐지만, 그보다 앞선 선사시대의 물고기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강원 정선군 매둔동굴 퇴적층에서는 약 2만9000년 전 그물추가 나왔다. 신석기시대 유적에서는 낚싯바늘이 자주 발견된다. 돌과 뼈, 뿔, 조개껍데기, 이빨까지 낚싯바늘의 재료가 됐다. 바닷가나 하천가에 터전을 잡은 선사인들이 낚시를 중요한 생업 수단으로 삼았음을 보여주는 흔적이다. 그러나 이런 어로 도구만으로는 선사인들이 어떤 물고기를 잡았는지 알 수 없다.

 

며칠 전 신석기시대 낚싯바늘에 관한 논문을 읽다가 유적지에서 출토된 어류를 정리한 표를 보고 눈이 번쩍 뜨였다. 궁금증을 풀 실마리를 찾은 것이다. 한반도 동북 해안의 서포항패총에서는 송어와 연어를 비롯해 고등어, 명태, 임연수어, 가자미가 확인됐다. 부산 동삼동패총에서는 넙치, 참돔, 혹돔, 감성돔, 대구, 청어, 참다랑어, 방어, 상어, 숭어 등이 나왔다. 모래와 펄 바닥에 사는 어종부터 암초를 끼고 사는 물고기, 강어귀를 드나드는 어류와 먼바다를 오가는 회유성 어종까지 다양한 물고기를 잡아먹었음을 알 수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경남 통영시 연대도패총이다. 이곳에서는 30여 종의 물고기가 확인됐다. 가오리, 넙치, 붕장어 같은 바닥 어종과 참돔, 감성돔, 쥐노래미, 능성어 같은 암초성 어류가 있었다. 숭어와 농어처럼 강어귀를 드나드는 어종도 있었고 고등어, 참다랑어, 새치, 방어, 전갱이, 상어처럼 넓은 바다를 오가는 물고기도 있었다. 신석기인들은 갯벌과 모래밭은 물론이고 암초 가장자리에 낚싯줄을 드리웠고, 숭어와 농어가 드나드는 길목을 지켰으며 계절을 따라 연안으로 접근하는 회유어를 기다렸다.

 

뼈 몇 점으로 선사인이 어떤 물고기를 얼마나 잡았는지 단정할 수는 없다. 어떤 뼈는 사라지고 어떤 뼈는 남았을 것이며 잡은 곳과 먹은 곳이 달랐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출토된 어종의 다양성을 보면 움직일 수 없는 굴이나 움직임이 느린 고둥류와 조개류만 채취한 것은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선사인들은 어느 계절에 어떤 물고기가 오는지를 체득하고 낚싯바늘을 만들었으며 식물성 섬유나 가죽끈으로 낚싯줄을 꼬았다. 또한 바다의 특성과 대상 어종에 따라 낚싯바늘을 달리 사용했다. 유적지에서 나온 물고기의 부서진 뼈 한 점과 낚싯바늘 하나에는 바다와 물고기의 생태를 읽으며 살았던 선사시대 어부의 생존 지식이 담겨 있다.

 

출처: 동아일보(2026-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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