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승민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법제이사·전문의
■ 마음상담소

게티이미지뱅크
▶▶ 독자 고민
50대가 가까워지면서 생리가 불규칙해지더니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거나 밤에 식은땀을 흘리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몸이 편치 않아 늘 불편한 느낌입니다. 짜증이 나고 평소에는 그냥 넘겼을 일도 남편과 아이들에게 날카롭게 반응하게 됩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이유 없이 가슴이 답답할 때가 있고 무기력합니다. 갱년기의 힘든 몸과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 궁금합니다.
A : ‘곧 괜찮겠지’ 방치 안돼… 매일 30분 정도 가벼운 운동하길
▶▶ 솔루션
나이 탓으로 넘기지만 말고 몸과 마음의 신호를 함께 살펴야 합니다. 갱년기를 지나며 느끼는 우울과 예민함은 어쩔 수 없는 현상입니다. 폐경 전후에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분비가 불규칙하게 변합니다. 이 변화는 월경 주기뿐 아니라 감정 조절과 수면에 관여하는 뇌 기능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전에는 별일 아니었던 자극이 크게 느껴지고 눈물이 잦거나 불안해지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모든 감정을 호르몬 하나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밤에 땀이 나서 잠을 설치면 피로가 쌓이고 감정을 조절할 마음의 여유가 줄어듭니다. 체형과 피부 변화 역시 스트레스입니다. 게다가 자녀 걱정과 부모 돌봄, 직장에서의 역할까지도 이 시기에는 한꺼번에 맞닥뜨리기 쉽습니다. 몸이 편하지 않은데도 이전과 똑같이 모든 일을 해내야 한다는 점이 마음을 더 지치게 합니다.
‘언젠가 괜찮아지겠지’하며 무작정 버티기보다 몸의 변화를 차분히 기록해 보는 게 좋습니다. 생리 주기와 홍조의 양상, 잠든 시각과 깨는 횟수, 기분이 가라앉는 시점을 2~3주 정도 적어두면 어떤 패턴으로 흘러가는지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특히 밤에 더워 잠을 깬다면 방의 온도를 조절하고 오후 카페인 섭취와 늦은 음주를 줄이는 등 수면 위생부터 챙기는 것이 좋습니다. 가볍게 걷거나 스트레칭처럼 몸을 움직이는 일도 수면과 기분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거창한 운동 목표는 오히려 압박감이 될 수 있으니 매일 30분 내외로 가볍게 지속할 수 있는 일을 정하는 편이 훨씬 오래갑니다. 가족들에게도 “내 말이 날카롭게 들리면 잠깐 시간을 달라”고 구체적으로 말씀해 보시기 바랍니다. 갱년기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주기에 따라 가족들의 생활 리듬도 함께 조정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만약 우울감이 2주 이상 거의 매일 이어지고 즐겁던 일에 흥미가 사라지며 자책이 심해진다면, 이를 단순히 기분의 변화로만 넘겨서는 안 됩니다.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식욕과 수면에 큰 변화가 생기고 무기력이 지속된다면 전문적인 진료가 필요합니다. 산부인과에서 신체 증상에 따른 호르몬 치료의 적합성을 먼저 점검하고, 필요하다면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 우울과 불안에 대한 진료를 함께 받는 것이 좋습니다. 갱년기는 나를 잃어버리는 시기가 아니라, 몸의 리듬이 새롭게 재조정되는 전환기입니다. 혼자서만 힘겹게 견디기보다, 불편한 몸과 마음의 신호를 살피며 적절한 도움을 통해 삶의 균형을 찾아가시길 바랍니다.
출처: 문화일보(2026-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