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종 논설위원

3일 뒤면 검찰청이 없어지고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이 발족하는 78년 만의 형사사법 시스템 대개편을 맞는다. 지금쯤이면 경찰청·국가수사본부·공소청·중수청·공수처·해양경찰청·특사경 등 중요 형사·사법 기관 간의 장(長)들의 소통이나 업무 분장 등이 이뤄지고 시뮬레이션까지 마쳐야 정상이다. 피해자나 피의자들이 최소한 자신의 사건이 어디에 있는지 아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29일 현재 법무부 장관을 비롯해 경찰청장, 공소청장, 중수청장 등 핵심 기관장이 모두 공석이다. 부패·마약 등 7대 중요 사건과 경찰의 보완수사를 담당하는 중수청은 김지용 후보자가 지난 7일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에 의해 제청돼 청와대가 곧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보낼 것으로 알려졌는데 암초를 만났다. 추미애 경기지사, 김용민·박은정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강경파들이 그를 ‘친윤 검사’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여권 내 반대가 거세자 이재명 대통령이 추가 검증을 지시했다.
경찰청장은 21개월째 계속 대행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검찰총장도 심우정 전 총장 사임 이후 대검 차장이 대행을 맡아오다 이번엔 구자현 대행이 사퇴하자 다시 이정현 대검 차장을 임명해 총장 대행 역할을 맡겼다. 공소청 발족이 코앞인데 지금 지명을 해도 한 달 이상은 걸린다.
이렇게 주요 기관장이 오랫동안 공석으로 있는 데 대해 청와대도 마땅한 해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니 이 대통령이 임기가 정해진 장을 매우 꺼리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행은 수시로 바꾸면 되지만 2년의 임기가 정해진 경찰청장, 검찰총장 등은 바꾸기 어려운데 혹시 이들이 자신에게 저항하면 어쩌나 하는 ‘포비아’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인 듯싶다.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트라우마가 대표적이다. 또, 사람을 잘 믿지 못하는 이 대통령의 특성이 반영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야심 차게 밀어붙였던 김승원·용혜인 두 후보자가 낙마하는 등 인사에 대한 자신감도 떨어지고 있다. 사의를 표명한 강훈식 비서실장 후임이나, 벌써 한 달이 다 돼가는 김용범 전 정책실장 후임도 정하지 못하고 있다. 가장 신뢰하는 사법연수원 동기(18기)나 대장동 변호사들은 이미 다 요직에 배치해 놓고 있어 ‘인사 풀’이 고갈됐다는 진단도 있다.
출처: 문화일보(2026-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