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현 논설위원
"쏠까요 묻지 말고 자동 응징" 2015년 北 목함 지뢰 도발 때
확성기·자주포 대응 '사과' 받아 북에 엎드려 얻는 것은 없다

김관진 국방부장관이 지난 2012년 3월 7일 오전 해병 연평부대를 찾아 군사대비태세를 점검하고 있다. /국방부
우리 안보가 가장 위험했던 시기 중 하나가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이 잇달아 일어난 때였을 것이다. 그해 말 김관진이 국방장관이 됐다. 연평도부터 찾아 “쏠까요 말까요 묻지 말고 자동 응징한다” “언제까지? 적이 굴복할 때까지” “표적은 도발 원점”이라고 했다. “선 조치, 후 보고하라” “책임은 내가 진다”고도 했다. 국회에서 민주당 의원이 “북한과 1대1로 싸우면 우리가 이길 수 있느냐”고 따지듯 묻자 “전쟁을 하면 북한은 멸망하게 돼 있다”고 답했다.
북한이 난리를 쳤다. 총참모부 대변인은 “김관진은 인간 오작품”이라고 했다. 군 사격장에 그의 얼굴을 표적으로 내걸고 “민족 반역자 김관진을 향해 쏴”라고 외쳤다. ‘김관진 인형’을 만들어 군견이 물어뜯게 만들기도 했다. 그런데 장관 재임 4년 동안 북한 도발로 다치거나 죽은 우리 국민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미 펜타곤(전쟁부)은 ‘김관진 효과(Effect)’라고 불렀다. 북 도발에 대한 강력한 응징 의지가 도발을 억제하는 효과를 거뒀다는 의미다.
김관진 집무실에 걸린 사진은 가족도, 대통령도 아니었다. 김정은과 황병서 등 북한군 지휘부 얼굴이었다. ‘적장의 생각을 읽으려면 매일 얼굴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식사 장소는 언제나 국방부 청사나 관사 인근이었다. 그래야 상황 발생 시 즉각 국방부로 복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임 중 골프도 치지 않았다고 한다. 토요일도 출근하는 경우가 많았다. 북한 군부에 방심하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고 여겼다.
2015년 북한의 목함 지뢰 도발로 우리 장병이 두 다리를 잃었다. 안보 실장이던 김관진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11년 만에 재개했다. 북한이 준전시 상태를 선포하고 ‘전면전 불사’를 협박하며 우리 확성기를 향해 포를 쐈다. 우리 군은 즉각 K-9 자주포 29발로 응사했다. 그러자 김정은은 군 총정치국장과 대남 비서를 보내 책임을 인정하고 사실상 사과했다. 당시 북한과 43시간 협상하며 원칙을 끝까지 지킨 사람도 김관진이다. 북이 가장 싫어하고 두려워하던 군인을 문재인 정부는 ‘정치 개입’ 혐의로 감방에 보냈다.
2022년 북한이 분단 후 처음으로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탄도미사일을 쐈다. 당시 강신철 합참 본부장은 공개 브리핑에서 “단호한 대응을 천명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 전투기는 공대지 미사일을 NLL 이북으로 날려 비례 대응했다. 최근 강신철 국방장관이 취임사에서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 카이사르가 로마 군단을 이끌며 외쳤던 구호”라며 “옛 로마 군단은 싸우지 않고도 이길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카이사르의 이 말은 신속한 백병전으로 적을 궤멸시킨 뒤 로마에 보낸 승전보였다. 싸우지 않고 이긴 게 아니었다. 엘리트 군인이 왜 이런 착오를 했나.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온 이재명 대통령과 코드를 맞추려 한 것은 아닌가.
손자병법에서 ‘싸우지 않고 이긴다’는 평화 지상주의가 아니다. 압도적 군사력과 정보력, 외교력으로 적이 싸울 엄두조차 내지 못하게 만든다는 맥락이다.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것이 북 정권의 속성이다. 분단 이후 북에 엎드려 도발 사과나 평화를 얻은 적은 한 번도 없다. 2015년 지뢰 위기 때 “상응하는 대응”을 행동으로 보여줘 사과를 받아냈다. ‘천명’은 온 세상에 알린다는 뜻이다. 천명하고 실행을 못 하면 허풍이 된다. 우리의 허풍이 그동안 북을 제멋대로 날뛰도록 만든 가장 큰 요인이다. 강 장관과 합참은 “합당한 상응 조치”를 천명한 상태다. 요새 들어 군인 김관진이 참 그립다.
출처: 한국경제(2026.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