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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톡톡] AI 시대, 일의 재설계

  • 관리자
  • 26.09.29
  • 9

정보미 원티드랩 피플팀 팀장

 [MZ 톡톡] AI 시대, 일의 재설계

인공지능(AI)을 도입하는 조직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단어는 대개 ‘자동화’다. 지금 하는 일을 더 빠르게, 더 적은 인력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하지만 자동화는 기존의 일을 그대로 둔 채 속도만 높이는 데 그칠 수 있다. HR 실무에서 AI를 직접 활용하며 배운 것은 새로운 도구를 도입하기 전 우리가 하는 일부터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 팀은 업무를 하나의 프레임워크로 놓고 처음부터 다시 질문했다. 이 일은 왜 하는가. 어떤 정보가 필요하고,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며, 어떤 순서로 처리하는가. 사람이 반드시 해야 하는 일과 AI가 더 잘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질문은 단순했지만 답을 적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오래 해온 일일수록 ‘왜 이렇게 하는가’에 대한 답이 비어 있었고, 담당자의 머릿속에 있던 판단 기준도 사람마다 달랐다.

 

업무를 하나씩 구조화하자 많은 일이 반복 가능한 프로세스로 정의됐다. 반대로 관성적으로 이어오던 일과 중복된 절차,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도 드러났다. AI 도입의 첫 번째 효용은 기술 자체가 아니었다. 우리가 해오던 일을 설명 가능한 언어와 구조로 바꾼 것이었다.

 

이후 AI가 맡을 부분을 분리해 에이전트로 만들어 실제 업무에 적용했다. 그렇게 하나둘 쌓여 지금은 복리후생 신청과 안내, 근태·성과관리 등 25개의 에이전트가 팀의 업무 곳곳에서 함께 일하고 있다.

 

그런데 AI를 도입했다고 사람의 업무시간이 반드시 줄어든 것은 아니다. 반복 업무가 줄어든 자리를 직무의 더 본질적인 질문이 채우면서 오히려 더 깊이 고민해야 하는 경우도 생겼다. 성과관리 업무가 대표적이다. 과거에는 담당자가 ‘구성원이 회사 가이드에 맞게 목표와 성과를 작성했는가’를 확인하고 피드백하는 데 많은 시간을 썼다. 형식과 누락 사항, 기준 준수 여부를 일일이 살펴야 한다. 지금은 이런 확인과 피드백의 상당 부분을 에이전트로 시스템화했다. 그러자 담당자의 질문이 달라졌다. ‘이 조직의 목표는 상위 조직의 목표와 제대로 정렬돼 있는가’, ‘이 목표가 회사의 성장에 기여하는가’, ‘목표 수준은 충분히 도전적인가’. 이전에는 운영 업무에 밀려 충분히 고민하기 어려웠던 질문이다. 자동화가 사람의 일을 없앤 것이 아니라 사람이 해야 할 일의 수준을 높인 셈이다.

 

구성원들의 질문도 ‘무엇을 처리해야 하는가’에서 ‘내가 이 일을 통해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가’로 이동했다. 반복 업무가 줄면서 직무의 본질에 더 집중하게 됐고 일에 대한 흥미와 몰입도도 높아졌다.

 

결국 AI는 단순히 일을 없애는 도구가 아니다. 오히려 ‘우리의 진짜 일은 무엇인가’를 다시 묻게 만드는 도구에 가깝다. AI를 잘 활용하는 것을 넘어 AI와 함께 일할 수 있도록 업무 자체를 다시 설계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AI 전환(AX)이 아닐까.

 

출처: 한국경제(2026.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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