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 논설위원
![[천자칼럼] 헌법 속 대법관 제청권](https://img.hankyung.com/photo/202609/AA.45802207.1.jpg)
삼권 분립을 주창한 몽테스키외는 사법부를 두고 “법조문을 읽는 입의 역할밖에 못 한다”고 비판했다. ‘눈에 보이지 않고 실재하지 않는다’는 독설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사법권 독립을 삼권분립의 핵심으로 봤다. 한 개인이나 단체에 권력이 집중되면 ‘시민의 자유’가 위협받는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재판권과 결합한 권력은 압제자가 될 것”이라는 그의 경고는 지금도 서늘하게 다가온다.
선거로 집권한 나치가 자행한 비극을 경험한 뒤 ‘선출 권력’의 영향력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1933년 나치는 행정부에 입법권 등 전권을 위임하는 ‘수권법’을 통과시켰다. 헌법의 제약에서 벗어난 나치를 견제할 세력은 없었다. 전후 주요 국가에선 ‘선출 권력의 폭주’와 ‘대중의 광기’를 제어할 의무를 비선출직으로 구성된 사법부에 부여했다.
한국에서 대법관 임명 규정은 제2공화국 헌법(헌법 제4호)에 처음 등장했다. “대법관은 법관의 자격이 있는 자로써 조직되는 선거인단이 선거하고 이를 대통령이 확인한다”(78조 1항)고 명시했다. 제3공화국 헌법(제 6·7호)에서는 대법원장이 ‘법관추천회의’의 동의를 얻어 제청한 대법관에 대해 “대통령은 이를 임명하여야 한다”(99조 2항)고 못 박았다.
법원에 ‘실권’이 있던 대법관 임명권의 경계가 불분명해진 것은 1972년 유신헌법(제8호)부터다. “대법원장의 제청에 의하여 대통령이 임명한다”(103조 2항)는 유신헌법 문구는 5공 헌법(105조 2항)으로 이어졌다. 현행 헌법(제10호)에는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104조 2항)며 ‘국회 동의’ 절차가 추가됐다. 임명권의 모호함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그제 “청와대의 대법관 후보 재제청 요청에 응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 행정부와 사법부가 전례 없이 대립하고 있다. 갈등의 근저에는 행정부와 사법부 권한에 관한 인식의 골이 자리 잡고 있다. 사법 시스템의 근본적인 문제를 정치적 비난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삼권분립 원칙과 헌법정신이 해결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출처: 한국경제(2026.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