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규회의 뒤집어보는 상식

시금치는 대표적인 건강 채소로 널리 알려져 있다.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한 식품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항상 이로운 채소는 아니다. 특히 칼슘 섭취를 제한해야 하는 일부 환자에게는 주의가 필요한 식품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시금치를 떠올릴 때 많은 이들이 자연스럽게 연상하는 장면이 있다. 바로 만화 속 인물 뽀빠이(사진)다. 연인 올리브가 위기에 처하면 뽀빠이는 재빨리 깡통을 열어 시금치를 단숨에 들이켜고, 곧바로 팔뚝이 불끈 솟아오르며 악당을 제압한다. 이 장면은 오랜 시간 반복되며 뽀빠이 캐릭터의 상징으로 굳어졌다.

그러나 뽀빠이가 처음부터 시금치를 먹고 힘을 얻는 캐릭터였던 것은 아니다. 뽀빠이는 1929년 엘지 크리슬러 시거가 연재한 만화 ‘팀블 시어터(Thimble Theatre)’에 조연으로 등장해 인기를 얻기 시작했고, 독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에 힘입어 1933년에는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됐다.

초기의 뽀빠이는 시금치나 양상추처럼 특정 음식을 통해 힘을 얻는 존재가 아니었다. 그는 다소 괴팍하지만 정의감이 강한 근육질의 뱃사람으로 묘사됐을 뿐, 어떤 채소도 그의 능력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기록에 따르면 뽀빠이가 시금치를 먹고 초인적인 힘을 얻는 설정은 193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당시 미국은 대공황을 겪으며 농산물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쳤고, 특히 어린이와 가정 소비자에게 채소를 친숙하게 알릴 상징적 캐릭터가 필요했다. 이미 대중적 인지도를 확보한 뽀빠이는 이러한 목적에 더없이 적합한 존재였다. 시금치를 먹자마자 힘이 솟는 단순하고 직관적인 설정은 농산물 홍보와 대중문화의 이해관계를 절묘하게 연결했고, 그 결과 뽀빠이의 힘의 원천은 자연스럽게 ‘시금치’로 굳어지게 된다.

결국 우리가 알고 있는 ‘시금치를 먹고 힘을 얻는 뽀빠이’는 시대적 상황과 농산물 홍보 전략, 그리고 대중문화가 맞물려 탄생한 상징이라 할 수 있다.

도서관닷컴 대표

출처: 문화일보(2025-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