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동 논설위원

내란특검이 지난 14일로 180일 동안의 수사를 끝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 구성돼 파견검사만 70명 등 317명이 동원돼 90일간의 수사 기간을 3번 연장해 6개월을 다 채웠다. 수사 기간과 참여 인원이 역대 최고였지만, 눈에 띄는 성과는 별로다. 계엄 선포 직후 김건희 씨가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너 때문에 다 망쳤다”며 불같이 화를 내 심하게 싸웠다는 김 씨 측근들 진술 정도만 눈길이 간다. 1999년 한국 최초로 도입된 ‘옷 로비 사건 특검’이 “앙드레김의 본명이 김봉남이란 사실만 밝혔다”고 비판받은 게 오버랩 된다.

계엄과 관련된 범죄 혐의는 이미 지난해 12·3 심야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TV 중계 및 초기 검찰 수사로 대부분 드러났고 북한 도발 유도(외환) 혐의, 김건희 주도설, 조희대 대법원 관련설 등은 별다른 근거도 없이 제기한 음모론에 불과했기 때문으로, 원죄는 특검보다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에 있다. 특검이 구체적인 증거도 없이 계엄은 2024년 4월 총선 대패 한참 전인 2022년 5월 취임 초부터 예비됐다, 정적을 제거하고 입법권과 사법권을 장악해 권력 독점을 획책했다는 등 정치적 추정과 단정의 ‘관심법’ 같은 수사 결과를 발표한 이유가 역설적으로 곤궁한 처지를 방증한다.

그런데도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특검 수사 결과 발표가 있던 15일 특검을 또 하겠다고 했다. 정 대표는 “여전히 밝혀야 할 의혹이 산더미처럼 남아 있다. 2차 종합특검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내년 6·3 지방선거 때까지 ‘내란 우려먹기’를 계속하겠다는 말로 들린다.

‘2차 특검’은 차마 하면 안 되는 잔인한 일이다. 현 여권 인사가 과거에 박근혜 당시 대통령을 향해 ‘태어나선 안 될’ 이라는 의미로 ‘귀태(鬼胎)’ 운운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2차 특검이 바로 ‘귀태 특검’이다. 특히, ‘통일교 게이트’로 수사 대상이 된 김건희특검에 반인도적이다. 행정권인 형사사법권에 입법부가 개입해 위헌 소지도 있는 ‘특별한 검사’를 일상적으로 하면 반칙이다. 검사 수사권은 안 된다며 검찰청 폐지를 결정해놓고 수사권·기소권을 다 가진 특검은 일상적으로 가동하겠다는 건 양심불량이고 안면몰수다. 9개월 뒤에 사라질 검찰의 구성원들(검사·수사관)을 계속 특검에 동원하는 것도 반인륜적이고 반인권적이다.

출처: 문화일보(2025-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