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규회의 뒤집어보는 상식

조선의 하늘을 처음으로 비상했던 대한의 청년 안창남(1901~1930·사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1919년 일본으로 건너가 비행술을 익혔고, 1921년 도쿄 오쿠리 비행학교를 졸업해 비행사 자격을 취득하면서 일제하 조선 민중에게 새로운 희망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이후 마침내 그의 고국 방문 비행이 성사됐다.

1922년 12월 10일, 서울 여의도 간이비행장. 매서운 찬바람에도 불구하고 그를 보기 위해 몰려든 인파로 여의도 들판은 거대한 사람숲이 됐다. 그가 조종한 항공기는 오쿠리 비행학교 소속의 영국제 단발쌍엽 1인승 비행기 ‘금강호(金剛號)’. 금강호는 여의도에서 이륙해 남산을 선회하고, 창덕궁 상공을 지난 뒤 다시 여의도로 돌아와 고공비행과 곡예비행을 펼쳤다.

이 장면은 나라 잃은 백성들에게 민족적 자부심과 긍지를 안겨주었고, “떴다 보아라 안창남 비행기”라는 노래가 유행할 정도로 그는 단숨에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그런데 안창남보다 먼저 한반도 상공을 날아오른 사람들이 있었다. 1913년 일본 해군의 기술 장교 나라하라가 ‘나라하라 4호’로 서울 용산 조선군 연병장에서 공개비행을 했고, 1917년 미국의 민간 비행사 아트 스미스가 ‘커티스호’로 여의도에서 국내 최초의 곡예비행을 선보였다.

또한 미주 한인 비행사 6명(한장호·이용선·이초·오림하·장병훈·이용근)은 미국 윌로스의 한인 비행학교에서 교관으로 활동하며 안창남보다 앞서 비행에 성공했다. 1920년대 중국 비행학교에서도 박태하·김진일·서왈보 등이 후진 양성에 힘을 쏟았고, 그중 서왈보는 풍옥상 군벌의 항공대장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안창남, 서왈보, 그리고 윌로스 비행학교의 교관 6명. 이들은 모두 조국의 독립을 꿈꾸며 하늘로 날아올랐던 애국 비행사들이었다.

특히 안창남은 우리 땅에서 비행을 통해 조선인에게 자긍심을 불어넣어 준 진정한 의미의 ‘최초의 한국인 비행사’로 기억되고 있다.

도서관닷컴 대표

출처: 문화일보(2025-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