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선 기상청장

눈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지면서 전국 곳곳에서 눈 소식이 들려옵니다. 새하얀 눈은 우리에게 멋진 풍경을 선물하고, 눈싸움이나 눈사람 만들기 같은 겨울 놀이를 즐길 수 있게 해 주죠. 그런데 눈은 왜 내리는 걸까요? 눈송이는 저마다 모양도, 무게도 다르대요. 오늘은 눈에 담긴 흥미로운 과학 이야기를 들려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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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농부 윌슨 벤틀리가 찍은 눈송이 사진이에요. 그는 세계 최초로 눈송이를 촬영한 인물로 총 5000장이 넘는 사진을 남겼습니다.

눈은 하늘에 떠 있는 구름 속에서 시작됩니다. 구름 속에는 아주 작은 물방울들이 모여 있는데, 겨울이 되면 공기가 차가워지면서 이 물방울들이 얼음 결정으로 변해요. 얼음 결정은 주변의 수증기를 끌어당기면서 점점 커진답니다. 무거워진 얼음 결정은 땅으로 떨어지는데, 이것이 우리가 보는 눈이에요. 눈이 아래로 떨어지는 동안 공기가 따뜻하면, 녹아서 비로 바뀌기도 하죠.

눈송이는 얼음으로 돼 있어서 투명해야 할 것 같은데, 왜 하얗게 보일까요? 그 이유는 아주 작은 얼음 결정들이 수없이 모여 있기 때문이에요. 얼음 결정 표면에서 빛이 여러 번 반사돼 눈으로 볼 수 있는 빛(가시광선)이 한데 뒤섞입니다. 여러 색이 섞인 빛을 우리 눈은 하얀색으로 받아들여요. 유리컵은 투명하지만 유리컵을 잘게 부숴 산처럼 쌓으면 하얗게 보이는 원리와 같습니다.

대부분의 눈송이는 여섯 개의 팔을 가지고 있어요. 물이 얼어붙으면서 정육각형 모양의 구조가 만들어지기 때문이죠. 그런데 눈송이를 자세히 확대해서 보면, 신기하게도 똑같은 모양이 단 하나도 없어요. 구름 속 온도와 습도에 따라 모양이 달라지기 때문이에요. 조금이라도 환경이 변하면 눈송이의 팔 모양과 크기가 바뀌어요. 그래서 어떤 눈송이는 별처럼 생겼고, 어떤 눈송이는 꽃처럼 보이기도 하는 거예요.

눈송이는 무게도 다 다르답니다. 눈송이 하나의 무게는 0.002g 정도라고 해요. 하지만 눈송이에 얼마나 많은 수증기가 모였는지에 따라 크기와 무게가 달라질 수 있어요. 눈송이 하나하나는 가볍지만, 눈이 많이 쌓이면 엄청난 무게가 된답니다. 한 마을에 눈이 10㎝ 정도 쌓였다고 가정하면 그 무게는 수 톤(t)에 이를 수도 있어요. 특히 습한 눈이라면 보이는 것보다 더 무거울 수 있으니, 습설이 많이 내리는 날에는 지붕이 무너지거나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등의 위험한 사고를 더 조심해야 해요.

기상청은 습하고 무거운 눈으로 인한 시설물 피해를 막기 위해 눈 예보를 할 때 눈의 양(적설)뿐 아니라 눈의 무게 정보까지 가벼운 눈, 보통 눈, 무거운 눈 3단계로 분류해 제공합니다.

출처: 조선일보(2025.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