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규회의 뒤집어보는 상식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왼쪽 사진)는 1791년 12월 5일, 35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비록 짧은 삶이었지만, 600여 곡의 방대한 작품을 남겼다.

영화 ‘아마데우스’는 모차르트의 천재성과 광기, 그리고 신의 축복을 받은 예술가라는 이미지를 극적으로 부각한다. 이 영화 속에서 안토니오 살리에리(오른쪽)는 천재에 가로막힌 불운한 2인자로 그려진다. 살리에리는 모차르트의 자유분방한 성격과는 상반된 열등감과 질투에 잠식되는 인물로 등장하며, 이 갈등 구조가 영화의 핵심 서사를 이룬다.

이 작품이 남긴 가장 큰 오해는 바로 ‘살리에리가 모차르트를 독살했다’는 것이다. 실제 역사에서 살리에리가 모차르트를 해치거나 갈등을 일으켰다는 기록은 없다. 오히려 그는 동시대 음악가들에게 성실하고 인품이 훌륭한 인물로 평가받았다. 살리에리 독살설은 19세기 독일 민족주의가 고조되던 시기, 자국 예술가를 신화화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낭설에 가깝다.

푸시킨의 희곡 ‘모차르트와 살리에리’ 역시 살리에리가 모차르트를 독살하는 장면을 담고 있으나 이는 문학적 상상력에 기반한 허구일 뿐이다. 음악학자와 역사학자들은 독살설을 일관되게 부정해 왔다. 모차르트의 실제 사망 원인은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으나 대부분의 연구는 열병, 감염, 신장 질환 등 자연사적 요인을 지목한다.

말년의 살리에리가 혼미한 정신 상태에서 “모차르트를 죽였다”고 중얼거렸다는 기록이 있지만 당시 그의 건강 상태를 고려할 때 이를 역사적 진술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결국 살리에리 독살설은 대중문화가 만든 극적 서사일 뿐 역사적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

도서관닷컴 대표

출처: 문화일보(2025-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