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규회의 뒤집어보는 상식

‘겨울의 진객(珍客)’이라 불리는 까마귀들의 군무는 보통 11월부터 이듬해 3월 초까지 이어진다. 하늘을 가르는 까마귀들의 ‘까악’ 하는 울음소리는 계절이 바뀌었음을 알리는 신호처럼 느껴진다.

우리는 왜 까마귀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되었을까. 검은 깃털과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죽음과 불길함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특히 동양권에서는 까마귀가 시체 주변에 모이는 모습을 보고 ‘재앙의 조짐’으로 여겼다. 하지만 사실 까마귀는 부패한 고기를 먹는 자연의 청소부 역할을 한다. 죽은 동물을 처리해 생태계 순환에 도움을 준다. 우리가 흔히 ‘불운의 상징’으로 여기거나 ‘어리석고 시끄러운 새’로 치부해 온 까마귀는 사실 놀랍도록 똑똑하고 사회적인 존재다. 까마귀는 멍청하지 않다. 까마귀의 똑똑함은 우리 일상에서도 확인된다. 예컨대 도심 공원이나 쓰레기장 주변에서 까마귀들이 비닐을 찢어 먹이를 찾는 장면은 낯설지 않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이들은 무작정 뒤지는 게 아니라, 사람이 자주 버리는 음식이 있는 장소를 기억하고 찾아간다. 일부 까마귀는 호두를 교차로 인근에 떨어뜨린 뒤, 자동차가 지나가 껍질이 깨지면 재빨리 내려가 알맹이를 집어 먹는다. 이런 행동은 본능이 아닌 학습과 관찰을 통해 얻은 지능적 행동이다. 까마귀는 또 사회적 지능도 발달했다. 서로의 얼굴이나 관계를 인식하고 기억할 수 있다.

까마귀는 어떤 먹이가 빨리 상하고 어떤 것이 오래 보관할 수 있는지를 구분할 줄 안다. 저장해 둔 먹이의 위치를 오랫동안 기억해 대부분 다시 찾아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행동 역시 뛰어난 기억력과 판단력을 가졌다는 증거다.

도서관닷컴 대표

출처: 문화일보(2025-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