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규회의 뒤집어보는 상식 

게티이미지뱅크

우리는 축하의 순간에 샴페인을 터뜨린다. 마개의 족쇄를 풀자마자 ‘펑’하고 폭발하듯 솟구치는 거품은 기쁨과 환희를 상징하는 하나의 의식처럼 자리 잡았다.

샴페인은 흔히 ‘프랑스가 만든 기포의 예술’이라 불린다. 에펠탑이 프랑스의 상징이라면, 샴페인은 프랑스의 기쁨과 세련된 감성을 대표하는 문화적 아이콘이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샴페인을 자연스럽게 프랑스의 발명품으로 받아들이고, 그 역사 속 창조자로는 수도사 도밍고를 떠올린다.

도밍고를 샴페인의 아버지로 만든 유명한 이야기는 “형제여, 나는 별을 마시고 있네”라는 말이다. 이 문장은 그가 샴페인을 처음 만들어낸 천재적 발명자인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실제 기록을 보면 도밍고는 샴페인을 발명한 인물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발효 과정에서 생기는 탄산을 제거해 거품이 없는 조용한 와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전통주의자였다. 그가 발명자로 오해받게 된 이유는 19세기 샴페인의 상업적 인기가 급증하면서, 프랑스 샴페인 업계가 ‘프랑스적 정통성’을 강조하기 위해 그를 신화적 영웅으로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17세기 프랑스 샹파뉴 지역의 와인 생산자들에게 탄산이 들어간 와인은 실수이자 실패한 제품으로 간주됐다는 점이다. 오히려 탄산 와인을 본격적으로 발전시킨 쪽은 영국이었다. 17세기 중반 영국에서는 샹파뉴 지방에서 들여온 와인을 더 단단하고 두꺼운 유리병에 보관하며 자연적으로 생긴 탄산을 유지할 수 있었다. 당시 영국은 석탄을 연료로 한 유리 제조 기술이 발달해 고압을 버티는 병을 만들 수 있었고, 코르크 마개 기술도 안정적으로 정착해 있었다. 프랑스에서는 ‘실패작’으로 치부된 기포가 영국에서는 새로운 스타일의 고급 와인으로 재해석된 셈이다.

샴페인은 프랑스 땅에서 피어났지만, 프랑스 샹파뉴 지역의 독특한 기후와 양조 환경, 영국의 유리 생산 기술과 저장 방식, 여기에 유럽 귀족 사회의 호기심 어린 소비문화가 결합하며 완성된 복합적인 시대적 산물이었다.

도서관닷컴 대표

출처: 문화일보(2025-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