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오랜만에 필자를 놀라게 만든 연구 성과의 책을 만났다. ‘중국황제릉, 은나라에서 청나라까지의 30년 여정’(장경희)으로, 저자가 현재까지 알려진 중국의 모든 황제릉을 30년간 직접 답사하고 자료를 수집 분석해 펴낸 책이다.

중국의 황제릉 중 필자가 직접 가본 곳은 시안(西安) 근처의 진시황릉, 인촨(銀川) 근처의 서하왕릉, 베이징(北京) 근처의 명십삼릉과 청동릉, 초기 수도 선양(瀋陽)에 있는 청 태조의 복릉과 태종의 소릉뿐이다. 방송이나 유튜브에서 중국 황제릉 관련 영상을 열심히 찾았지만, 관심 가진 사람이 적어서 그런지 영상이 많지 않았다.

필자는 중국의 황제릉에 풍수가 언제부터 적용됐는지 알고 싶었다. 직접 답사한 명십삼릉과 청동릉, 복릉과 소릉에 풍수 원리가 적용됐다는 사실은 확인했으나,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앞의 책을 만났으니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다. 책 속에 황제릉이 표시된 지도를 구글 지도에서 하나하나 찾아가며 읽었다. 결과는 첫째, 중국의 황제릉에서 풍수 무덤은 금나라에서 시작됐고 둘째, 명나라-청나라로 이어졌다.

풍수가 적용된 중국의 황제릉도 산속에 푹 안긴 모습이다. 진입로의 신도(神道)가 길게는 4㎞ 이상 조성되고 문과 석상의 규모가 엄청나며 주산은 신도의 출발점부터 보인다. 하지만 봉분과 묘실, 제사 지내는 향전 등 황제릉의 핵심 건축물은 바로 앞쪽에 이르기까지 보이지 않도록 했다. 주산-좌청룡-우백호-안산의 산과 산줄기로 둘러싸여 있고, 진입로가 앞쪽에서 휘어진다. 만약 이런 구조가 아니라면 멀리서부터 어마어마하게 높고 큰 주산과 쌀알만 한 황제릉의 건축물이 함께 보였을 것이다. 그래서야 황제릉의 권위가 섰겠는가?

봉분의 크기라는 관점에서 풍수를 적용해 산속에 만든 중국의 황제릉은 풍수를 적용하지 않고 평지에 조성해 멀리서부터 보이게 만든 황제릉에 비해 작아도 너무 작다. 중국에서도 풍수의 핵심이 이것일지 모른다.

국립중앙도서관 학예연구관

출처: 문화일보(2025-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