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미 논설위원

매년 이맘때면 한 해의 흐름과 변화를 압축한 ‘올해의 단어’(Word of the Year)가 발표된다. 최근 영국 콜린스 사전이 선정한 2025년의 단어는 ‘바이브 코딩’(Vibe coding)이다. 느낌·분위기·직관을 뜻하는 ‘바이브’에 코딩을 더한 말로, “이런 느낌으로 만들어줘”라고 하면 AI가 알아서 구현해주는 새로운 개발 방식이다.

오픈AI 공동창업자 안드레이 카르파시가 지난 2월 처음 쓴 표현인데, 이미 전 세계 개발자의 약 80%는 AI 기반 도구를 쓰고 있다고 한다. 이들 전문 개발자뿐 아니라 일반 직장인과 대학생들도 사용한다니 기술은 또 하나의 진입 장벽을 무너뜨린 셈이다.

콜린스 사전은 240억 개 단어를 분석해 최종 후보에 오른 헨리(High Earner, Not Rich Yet·아직 부자는 아닌 고소득자), 브롤리가르키(broligarchy·소수 남성 엘리트 집단), 태스크마스킹(taskmasking·생산적이지 않지만 바쁜 척하는) 등을 제치고 바이브 코딩을 선택했다. 기술이 언어를 바꾸고, 인간의 창의성과 기계 지능이 융합해 공진화해 나가고 있는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었다.

2022년 11월 30일 챗GPT가 등장해 모두에게 충격을 안긴 지 3년. 세계 생성형 AI 이용자는 8억∼10억 명에 이르고 업무는 물론 심리적 대화까지 담당하며 일상 깊숙이 들어왔다.

이 와중에 최근 잇달아 터진 대학 ‘AI 커닝 사태’는 한국 사회의 심각한 ‘AI 리터러시(문해력) 격차’ 문제를 드러낸다. 젊은 세대는 빠르게 새 기술을 익히는 반면, 조직과 제도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명확한 가이드라인도 없이 비대면 시험에서 ‘화면과 손을 촬영해 제출하는’ 방식에 의존했다니 AI의 실제 능력도, 학생들의 디지털 활용도 이해하지 못한 결과다. 이제 기계가 잘하는 것은 기계에 맡기고, 이를 적극 활용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더 추상적이고 종합적인 사고를 어떻게 가르칠지 고민해야 할 때다.

바이브 코딩이 올해의 단어가 된 이유도 결국 같다. 기술은 이미 ‘감각의 언어’를 획득하고 인간의 창의적 사고와 결합해 새로운 지적 풍경을 만들고 있다. 문제는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기술이 만드는 변화를 빠르게 감지하고 재구성할 수 있는 우리의 감각과 능력이다.

출처: 문화일보(2025-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