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규회의 뒤집어보는 상식

게티이미지뱅크

바야흐로 가을 단풍철이다. 전국 최고의 단풍 명소로 꼽히는 내장산 단풍이 이번 주 절정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단풍은 계절의 변화로 초록빛 잎이 붉은색·노란색·갈색으로 옷을 갈아입는 자연의 섭리다. 나라에 따라 ‘이상적인 단풍색’은 조금씩 차이를 보인다. 일본에서는 진홍색보다 오렌지빛 단풍이 우아하다고 여기고, 유럽에서는 황금빛 단풍이 풍요와 성숙의 상징으로 환영받는다.

단풍의 색은 나뭇잎 속 색소에서 비롯된다. 잎에는 노란색과 주황색을 드러내는 ‘카로티노이드’와 ‘크산토필’, 그리고 붉은색을 띠게 하는 ‘안토시아닌’이 들어 있다. 여름 내내 잎이 푸르게 보이는 이유는 ‘엽록소’ 덕분이다. 하지만 가을이 되면서 기온이 낮아지고 낮의 길이가 짧아지면, 나무는 더 이상 광합성을 유지하는 것이 어렵게 된다. 이에 엽록소를 분해해 그 안의 영양분을 가지나 줄기로 돌려보낸다. 이때 엽록소에 가려져 있던 색소가 드러나면서 잎은 붉은색으로 변신한다.

많은 사람들은 단풍을 ‘잎이 죽으면서 붉게 변하는 현상’으로 생각한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단풍은 나무의 ‘생존 전략’에서 비롯된 불가피한 변화다. 붉은색을 내는 안토시아닌은 추위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 광합성으로 만들어둔 당분을 뿌리나 줄기 같은 저장 기관으로 옮겨 월동 준비를 돕는다. 이 과정에서 잎에 안토시아닌이 많이 생성돼 붉게 물드는 것이다. 또한 붉은색은 해충이 ‘독성이 있는 잎’으로 착각하게 만들어 나무를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결국 단풍은 단순히 잎이 썩거나 죽어서 생긴 결과물이 아닌 것이다. 나무가 겨울을 대비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적극적인 생존 반응’의 산물이다.

도서관닷컴 대표

출처: 문화일보(2025-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