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규회의 뒤집어보는 상식 - 美 뉴욕 ‘자유의 여신상’

게티이미지뱅크

1886년, 뉴욕 항만에 거대한 여신상이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높이 93m, 오른손엔 횃불을, 왼손엔 독립선언서가 새겨진 석판을 들고 있는 이 거상(巨像)은 미국을 상징하는 가장 유명한 조형물로 자리 잡았다. 바로 ‘자유의 여신상(Statue of Liberty·사진)’이다. 자유의 여신상이 들고 있는 횃불은 ‘계몽의 빛’을 의미한다. 여신의 머리 위 7개의 뾰족한 왕관은 일곱 바다와 일곱 대륙을 의미한다. 이는 자유의 메시지가 전 세계로 퍼져 나가야 함을 나타낸다.

자유의 여신상은 미국이 스스로 세운 상이 아니다. 프랑스가 미국 독립 100주년을 기념해 선물한 것이다. 조각가 프레데리크 오귀스트 바르톨디가 제작하고, 내부 철제 구조는 에펠탑의 설계자 귀스타브 에펠이 맡았다.

‘자유의 여신상’이라는 이름처럼, 많은 이는 이 조형물이 ‘미국의 자유’와 ‘민주주의의 이상’을 상징한다고 여긴다. 그러나 그 의미는 미국 국경 안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자유의 여신상은 인류 보편의 자유, 연대, 그리고 희망을 상징하는 국제적 아이콘이다.

프랑스가 이 거대한 선물을 보낸 이유는 단순한 축하가 아니었다. 18세기 말 미국 독립혁명은 프랑스의 시민혁명에 불을 붙였다. ‘자유, 평등, 박애’라는 프랑스 혁명의 가치는 미국의 독립정신에서 영감을 받았다. 따라서 자유의 여신상은 미국의 독립을 축하하면서도, 프랑스가 추구한 ‘인류의 자유’라는 보편적 가치의 상징이었다.

즉, 자유의 여신상은 처음부터 ‘미국만의 자유’를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형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조형물은 억압과 불평등을 넘어 자유를 추구하는 전 인류의 염원을 담아낸 작품이었다.

도서관닷컴 대표

출처: 문화일보(2025-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