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규회의 뒤집어보는 상식

마타하리(왼쪽), 서시

1917년 10월 15일, 파리 근교의 방브레 성채. ‘세기의 스파이’라 불리던 마타하리는 마침내 총살형으로 화려하면서도 굴곡 많았던 삶을 마감했다.

마타하리(Mata Hari·1876∼1917)의 본명은 마르가레타 게르트뤼다 젤러. 인도네시아어로 ‘여명의 눈동자’를 뜻하는 이름 ‘마타하리’는 그녀가 프랑스 파리의 물랭루주에서 무희로 활동하며 얻은 무대명이다. 일약 사교계의 스타로 떠오른 그녀는 군부와 정계 고위층, 재계 인사들, 심지어 네덜란드 총리와 프로이센 황태자까지 자신의 침실로 끌어들여 비밀 정보를 빼냈다고 알려져 있다.

당시 재판은 전시 상황이라는 명목으로 형식적으로 진행됐고, 사형 집행도 서둘러 이뤄졌다. 비밀 해제된 영국의 제1차 세계대전 관련 문서에 따르면 그녀가 독일에 군사 정보를 제공했다는 확실한 증거는 존재하지 않았다. 결국 마타하리가 진짜 스파이였는지, 아니면 전쟁의 희생양이었는지는 지금도 미궁 속에 남아 있다. 다만 그녀의 이야기는 소설, 뮤지컬, 영화 등 수많은 작품의 소재로 재탄생하며 ‘미녀 스파이’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기원전 춘추시대 중국의 서시(西施)는 중국 역사상 최초의 미녀 스파이로 전해진다. 그녀에게는 ‘침어(沈魚)’라는 수식어가 붙었는데, 이는 물고기가 강물에 비친 그녀의 아름다운 자태에 매혹돼 헤엄치기를 잊고 가라앉았다는 뜻이다. 서시는 중국의 4대 미인(서시, 왕소군, 초선, 양귀비) 가운데 한 명으로 절세미인으로 꼽혔다.

월왕 구천은 오나라를 무너뜨릴 계책을 고민하던 중 자신이 사랑하던 서시를 오왕 부차에게 바치기로 했다. 미인계에 빠진 부차는 국정을 소홀히 했고, 결국 구천의 침공 앞에 무너졌다. 서시의 미모가 한 나라의 흥망을 좌우한 것이다.

도서관닷컴 대표

출처: 문화일보(2025-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