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규회의 뒤집어보는 상식

게티이미지뱅크

매년 7월이면 열정의 나라 스페인에서 산 페르민(San Fermin) 축제(6∼14일)가 열린다. ‘소몰이 행사(엔시에로·Encierro)’는 축제의 대표 행사다. 엔시에로는 참가자들이 출발 지점에서 투우장까지의 약 850m를 질주하는 황소 무리를 피해 달리는 스릴 넘치는 이벤트다.

투우사(마타도르·Matador)와 황소의 숨 가쁜 투우장 대결은 스페인의 민속 축제 중 하나다. 투우사가 붉은색 망토를 흔들면 화가 난 황소는 흙먼지를 일으키며 달려든다. 이때 투우사는 망토를 반원으로 휘둘러 황소의 돌진을 유도하고 방향을 살짝 꺾은 후 간발의 차이로 몸을 비켜선다.

황소는 붉은색을 인지하고 있을까. 사실 황소는 붉은색 망토를 ‘빨갛게’ 보지 못한다. 사람에게는 붉은색이지만, 황소에게는 그렇지 않다. 황소는 붉은색과 초록색을 구분하지 못하는 적록색맹이다. 황소는 파란색과 노란색 계열에만 반응하는 두 가지 종류의 원추세포를 가지고 있다.

황소는 왜 붉은색에 민감하게 반응할까. 황소가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는 것은 붉은색 망토 때문이 아니라 망토를 흔드는 동작이 도전적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투우사의 망토는 일종의 미끼인 셈이다. 망토 흔들기는 상대방을 유인하기 위한 ‘페인트 모션(Feint motion·속이기 동작)’이다. 실제로 황소를 자극하는 요인은 망토색이 아닌 격렬한 움직임, 소리, 깃발 등이다.

그렇다면 투우사는 왜 붉은색 망토를 사용할까. 붉은색은 열정, 피 등을 상징하는 색으로, 투우의 극적인 분위기를 강조하는 데 적합하다. 투우의 피날레에서 투우사가 황소를 찌르며 막을 내리는데 붉은색 망토는 피가 눈에 띄지 않도록 하는 위장 효과도 있다. 투우사는 붉은색 망토를 이용해 황소의 주의를 끌고, 돌진 방향을 유도하고, 몸을 피해 공격의 타이밍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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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문화일보(2025-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