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호 논설고문

올 상반기 주가 상승률은 SAMG엔터가 652%나 급등해 1위를 차지했다. 1년 전에 비해 10배 넘게 올랐다. 방산 대표주자인 현대로템(295%)이나 원전 테마를 선도한 두산에너빌리티(289%)를 두 배 넘게 압도했다. 선풍적 인기를 끈 TV용 애니메이션 ‘캐치! 티니핑’ 덕분이다. 지난해 영화 ‘사랑의 하츄핑’도 124만 관객을 동원했고, 한때 넷플릭스 1위를 차지했다. 최대 충성 고객은 하츄핑 등 깜찍하고 예쁜 캐릭터들에 흠뻑 빠진 미취학 여자아이들이다.

올 상반기를 강타한 ‘라부부(LABUBU)’ 열풍. 홍콩 예술가 카싱 룽이 만든 토끼처럼 긴 귀에 큰 눈, 뾰족한 이빨의 캐릭터다. 중국 완구기업 팝마트가 판매하는 이 인형을 블랙핑크의 리사가 품에 안고 나타나자 전 세계에서 난리가 났다. 중국 경매 사이트에선 라부부 인형 세트와 키링 등이 정가의 30배가 넘는 415만 원에 낙찰됐다. 현지에서 품귀를 빚자 중국 관광객들이 아예 서울 명동의 팝마트 매장까지 몰려왔다. 새벽부터 긴 줄을 서 오픈 런의 진풍경을 연출했다. 팝마트 주가는 1년 반 동안 10배 넘게 올라 66조 원의 시가총액을 자랑한다.

어린이 시장 간판스타는 한국의 핑크퐁이다. 아기상어 체조 노래는 유튜브에서 무려 160억 회나 조회되는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켰다. 2위인 데스파시토(Despacito)의 두 배나 많은 조회 수다. 더핑크퐁컴퍼니는 7000억 원의 기업가치를 기대하며 6년 만에 다시 코스닥 상장을 추진 중이다.

한때 국내 어린이용품 업체들은 급격한 저출산으로 고사 위기를 맞았다. 아가방은 중국 기업에 매각됐고 해피랜드도 실적이 반 토막 나는 지옥을 경험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키즈 시장이 다시 급성장하는 조짐이 뚜렷하다. 출생률 하락에도 넘쳐나는 손주 바보·조카 바보 때문이다. 이른바 식스포켓(조부모·외조부모·이모·고모)들이 아낌없이 지갑을 열어 선물 공세를 펴고 있다. 덕분에 80% 넘게 추락했던 아가방 주가는 최근 3년간 다시 두 배 넘게 올랐다. 아기 분유 고급화와 수출에 성공한 남양유업 주가도 지난 5년간 3배 가까이 상승했다. 최근 중국이 산아제한 정책을 완화하면서 키즈 산업은 불황을 모르는 안정적 투자처로 변신 중이다. 어린이 숫자는 줄었지만, 역설적으로 구매 파워는 폭발하고 있다.

출처: 문화일보(2025-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