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섭 기자

불곰

얼마 전 영국의 한 동물원에서 불곰 두 마리가 우리 밖으로 나와 관람객들이 대피하는 일이 벌어졌어요. 그런데 이 곰들은 근처 꿀 창고에 들어가 배불리 꿀을 먹은 뒤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보금자리로 돌아왔답니다. 이 모습을 상상해보니 만화 ‘곰돌이 푸’가 떠올라 절로 웃음이 나네요.

불곰은 어깨 부분이 불룩 솟아있는 게 특징이에요. 갈색 털을 갖고 있지만, 사는 지역에 따라 조금씩 색깔이 다르답니다.

/위키피디아

불곰은 전 세계에 있는 여덟 종류의 곰 중에서 북극곰과 더불어 가장 덩치가 크고 힘이 셉니다. 둘은 아주 가까운 친척뻘이래요. 불곰은 털이 갈색이어서 영어로는 브라운 베어(brown bear)인데, 얼핏 보면 붉은색으로 보여 ‘불곰’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불곰은 다른 종류의 곰들에 비해 서식하는 지역이 아주 넓어요. 유럽·중앙아시아·시베리아·티베트·한반도·홋카이도와 태평양 건너 미국과 캐나다까지 분포돼 있습니다.

사는 지역에 따라 크기와 털 색깔이 조금씩 달라요. 그래서 히말라야불곰·코디악곰·회색곰 등 별도 이름으로 불리죠. 어깨 부분이 혹처럼 불룩 솟아 있는 게 불곰의 특징이랍니다. 북아메리카에 사는 불곰이 유라시아에 사는 불곰보다 덩치가 더 크죠. 불곰 하면 어떤 장면이 떠오르나요? 알래스카 등 지역에서 연어들이 알을 낳기 위해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길목을 지키고 있다가 능숙하게 사냥하는 모습이 특히 유명하죠.

하지만 이는 불곰 삶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답니다. 살아가는 곳의 환경에 맞춰 사슴이나 쥐를 잡아먹기도 하고, 나무 열매나 풀뿌리를 먹기도 해요. 짐승의 사체를 먹기도 하고요. 잡식성이지만 육식과 초식의 비율이 6대4 정도이다 보니 무서운 사냥꾼이자 맹수로 인식됩니다. 불곰은 앞발의 발톱이 뒷발의 발톱보다 훨씬 긴데, 강력한 앞발 공격으로 먹잇감을 쓰러뜨리기도 해요.

불곰 역시 다른 곰들과 마찬가지로 벌꿀 하면 사족을 못 쓴답니다. 곰들이 벌꿀을 좋아하는 이유는 달콤한 맛 때문만은 아닙니다. 열량이 워낙 높아서 체력을 비축하는 데 도움이 되거든요. 게다가 벌집과 그 안에 들어 있는 벌의 애벌레들도 영양 가득한 보양식이랍니다. 오랫동안 꿀을 즐겨 먹으면서 곰의 몸은 벌들의 공격을 막을 수 있게끔 진화했어요. 두꺼운 털가죽은 날카로운 벌침 공격을 막아주지요.

우리나라에도 불곰이 살았어요. 지금은 북한 개마고원 지역을 중심으로 몇 안 되는 불곰만이 남아 있는데, 예전에는 충청 지역에도 살았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지금은 반달가슴곰·불곰으로 부르고 있지만 예전에는 각각 ‘곰’과 ‘큰곰’으로 불렀대요. 그래서 단군신화에 등장하는 웅녀는 반달가슴곰이었을 수도 있고, 불곰일 수도 있어요.

불곰은 사는 지역에 따라 짧게는 4개월에서 길게는 반년까지 겨울잠을 잔답니다. 겨울잠을 자는 기간에는 심박수가 느려지고 배설을 하지도 않지요.

출처: 조선일보(2025.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