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경 기자

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연방 청사 앞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 이주자 추방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각국 국기와 팻말을 들고 주 방위군과 대치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로스앤젤레스 시위 진압을 위해 캘리포니아 주(州)방위군을 투입했다. 주방위군은 평소 주지사의 지휘를 받는 군대지만 명칭은 ‘내셔널 가드(National Guard)’로, 직역하면 ‘국가 방위대’에 가깝다. 왜 이렇게 부를까.

이는 미국 건국 이전부터 존재했던 민병대가 독립전쟁(1775~1783)에 참전한 프랑스 군인 라파예트 후작을 기리는 의미에서 채택한 명칭이다. 라파예트는 19세에 대륙군 소장을 맡아 영국군 항복으로 이어진 요크타운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 프랑스로 돌아간 라파예트가 독립전쟁의 영웅으로서 미국을 다시 방문한 1824년, 그를 맞이한 뉴욕 민병대가 후작이 이끈 프랑스 국민위병(la Garde nationale)을 따라 ‘내셔널 가드’ 명칭을 처음 사용했다. 이것이 다른 부대로 퍼져나가 각 주의 방위 병력을 아우르는 명칭으로 굳어졌다.

내셔널 가드라는 명칭에는 국가 차원의 임무와 주 방위 책임을 동시에 지는 주 방위군의 특성도 반영돼 있다. 주방위군은 재난 구호, 치안 유지 활동을 하다가도 필요시 대통령 지시로 국가적 임무에 동원될 수 있다. 국가 재난이었던 코로나 팬데믹 당시 방역 활동을 보조했고, 해외 파병 경험도 있다. 퇴역 군인이나 일정 자격을 갖춘 미국 시민이라면 입대할 수 있고 생업과 겸직도 가능하다. 미 전역에 육군·공군 주방위군을 합해 총 43만3400명(2024년 기준)이 소속돼 있다.

출처: 조선일보(2025.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