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도서관 학예연구관

2005년 ‘웰컴 투 동막골’이라는 영화가 상영돼 큰 인기를 끌었다.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11월, 우리 국군과 북한 인민군, 추락한 미군 전투기 조종사 스미스 그리고 동막골 주민들이 이념을 떠나, 적군과 아군의 구별을 넘어 함께 위기를 극복하며 우정을 나누는 스토리다. 이때 동막골 주민들은 전쟁이 났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필자가 여기서 주목한 것 중의 하나는 전쟁이 벌어진 지 4개월이 지났고, 이미 군인뿐만 아니라 민간인을 합해 수십만 명이 죽었으며, 낙동강 전선까지 밀렸다가 38선을 넘어 압록강까지 진격하던 그 시기에 주민들이 전쟁이 났는지도 모르는 마을의 이름을 ‘동막골’로 설정했다는 점이다. 시나리오 작가나 감독은 세상에서 가장 외지고 단절된 마을을 ‘동막골’이라는 이름으로 이미지 메이킹을 한 것인데, 그러면 왜 하필 ‘동막골’이었을까?

영화 사이트의 줄거리 소개에서는 동막골을 태백산맥 줄기를 타고 함백산 절벽 속에 자리 잡은 마을로 설정했다고 한다. 읽어 보면 그럴듯하게 들린다. 동막골을 처음 들어본 사람이면 우리나라에서 단 한 곳에만 있던 지명으로 착각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곳곳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지명 중의 하나가 동막골이었다. 왜 흔했냐 하면, 동막골은 옛날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일상적으로 사용하던 장독대의 독을 굽던 마을이었기 때문이다. 굳이 표준어로 말하면 ‘독막골’인데, 발음하기 편하게 동막골로 부르게 됐다. 문헌에는 ‘독막’을 비슷한 소리의 한자 東(동녘 동)과 幕(장막 막)의 소리를 빌려 東幕으로 쓰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옛날에 독을 굽는 일은 꼭 필요한 것이었지만 천한 일로 여겼고, 독을 굽던 동막골은 산속 외지고 단절된 곳에 있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래서 동막골을 들으면 으레 ‘아 저 산속 깊고 외진 곳에 있는 마을?’ 이런 식의 이미지를 떠올렸다. ‘웰컴 투 동막골’의 시나리오 작가나 감독도 아마 이런 경험을 공유하거나 듣지 않았을까 한다.

출처: 문화일보(2024-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