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의 글은 합동교단에서 “쓴 소리 꾼”으로 널리 알려진 이윤근 목사 (경중노회 은퇴목사)의 글로서 이 목사님의 허락을 받고 올립니다. 한편 이윤근 목사님의 저서 「좋은 장로」「좋은 집사」「좋은 권사」등은 직분을 맡을 분들의 필독서로 알려져 있다. "
사람은 후회할 언행(言行)을 하지 말아야 하는데 그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 무슨 일을 할 때는 앞뒤를 재어보고 해야 하는데 무엇을 할 때는 기준이 문제다. 이 일이 나를 위한 일인가? 타인을 위한 일인가? 자신의 이기적인 일이 될 때는 먼 훗날을 생각하지 않고 당장 처리하는 것만이 능사인 줄 아는 성급함이 일을 망치고 난 후에 후회할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일을 할 때 자신의 마음을 비우고 공익을 위하고 타인의 유익을 위하는 일이라면 결과는 절대로 후회할 일이 없다는 것이 만고불변의 진리이다. 역사에 길이 빛난 이름을 가진 자들은 모두 자신을 희생하여 나라와 민족 그리고 타인을 위하여 살신성인(殺身成仁)의 정신으로 삶을 산 사람이라는 것은 천하 모든 사람이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에 신문이나 방송을 통하여 소개된 어느 원로의 후회는, 자신이 섬기던 교회를 아들에게 물려준 것이 자기 인생 최대의 실수라 후회하며 회개한다고 공개적으로 고백했다. 청취자들이나 독자들은 매우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특히, 목사로서 자신이 섬기던 교회를 아들에게 물려주었다고 했는데, 이는 오늘의 문제가 되는 세습(世襲)이라는 것 때문이다.
‘세습’ 이라는 말은 한 집안의 재산이나 작위, 업무 등을 자자손손에게 물려주고 물려받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할 것은 가정에서 자신의 재산을 자식에게 상속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교회는 사유재산이 아니고 하나님의 것이고 교회 공동체 소유이기 때문에 목사가 자식에게 물려줄 성격의 것이 아니다.
물론, 공동의회를 통해서 했다고 하지만 이 원로는 그 방식이 너무나도 이기적인 욕심에서 택한 방법을 썼다. 즉, 여러 사람의 의사를 묻는 과정에서 순리대로 무기명 투표로 결과를 도출한 것이 아니고 그렇게 하면 부결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계획적으로 성도들의 자율권에 간접적인 압력을 가하여 반대하는 사람은 일어서고 찬성하는 사람은 앉아 있으라는 방식으로 했다는 것은 후회할 일을 했다고 본다.
바울은 “하나님의 뜻대로 하는 근심은 후회할 것이 없다”고 하였다. 처음부터 하나님의 뜻을 생각했다면 지금처럼 후회할 일은 없었을 것을 처음부터 자기욕심에 이끌려 인간적인 생각으로 일을 처리한 것이 결국 후회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문제는 개인의 후회로써 끝나는 것이 아니고 그 결과로 교회가 큰 손해를 보았다는 데 개인의 후회 이상의 손실이라는 것이다.
이번 일이 한국교회 모든 목회자에게 타산지석(他山之石)의 교훈이 되었으면 한다. 첫 단추를 잘못 잠그면 그 다음은 모두 잘못 되어지는 것이 이치이다. 그렇다면 이번 어느 원로의 후회가 그 하나만으로 끝났으면 좋겠다. 자기 욕심에서부터 시작하여 교회 전체로 전염병과 같이 번지면 한국교회는 더는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물려주는 것이 다 나쁜 것은 아니다. 시골 교회가 너무 어려워서 후임자도 모시지 못할 교회에서 은퇴하면서 도시에서 큰 교회 목회를 하는 아들을 설득시켜 내 후임으로 네가 아버지 대를 이어 희생하라고 했다면 이는 지탄의 대상이 아니라 칭찬을 받을 일이다. 그러므로 교회를 물려주는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교회 상황을 보았을 때 다른 사람에게 교회를 맡기는 것보다 내 아들에게 물려주는 것이 좋겠다는 욕심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 원로목사의 후회가 여기서 끝났으면 한다. 교회를 사유화하는 것도 좋지 않지만 교회를 자기 욕심을 채우는 의도대로 세습하는 것도 좋은 일은 아니기에 이번 어느 원로의 후회가 다시는 되풀이 되는 일이 없도록 모든 목회자에게 큰 교훈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리하여 한국교회가 목사의 욕심으로 세습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지 말았으면 한다. 그 이유는 하나의 욕심이 전체적인 한국교회 성장에 지장이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