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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규회의 뒤집어보는 상식

“나는 느낀다. 고로 존재한다.” 1798년 6월 4일 ‘세기의 바람둥이’ 자코모 카사노바가 보헤미아의 둑스성에서 73세의 나이로 눈을 감았다.

카사노바라고 하면 유혹자의 대명사로 희대의 호색한(好色漢)을 떠올린다. 그는 18세기 유럽을 떠돌아다니며 100명이 넘는 여성과 사랑을 나눴다. 그는 자서전(혹은 회고록)에서 화려한 여성 편력사를 낱낱이 공개했다. 그는 자서전에서 “내가 살아오면서 행한 모든 일이 선한 일이든 악한 일이든 자유인으로서 나의 자유의지에 의해 살아왔음을 고백한다”고 했다. 그는 정말 정조를 유린하고 방탕한 생활을 한 악명의 엽색가(獵色家)일까.

카사노바는 단순한 바람둥이나 문란한 난봉꾼이 아니다. 그의 롱다리 외모보단 달콤한 화술과 매력적인 매너는 최고봉이었다. 청산유수의 입담과 뛰어난 사교술로 여성들의 마음을 훔쳤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태생의 카사노바는 10대에 성직자로 입문했고 또 법학박사 자격을 취득했다. 또 모차르트와도 음악적 교류를 할 정도로 프로급의 바이올린 연주가로, 소질 있는 화가로, 수십 권의 책을 쓴 작가로, 때론 정치가와 사업가로 다양한 능력을 보여주었다. 그뿐만 아니라 문학, 수학, 화학, 의학 등을 공부한 수재였다.

천의 얼굴을 가진 카사노바에 대한 평가는 긍정과 부정이 엇갈린다. 도박꾼에 사기 행각도 서슴지 않아 수차례 수감되기도 했다. 신성 모독과 이단 혐의로 기소된 적도 있고, 첩보원이라는 누명을 쓰거나 외교적 음모에 연루된 이력도 지닌다. 수차례의 탈옥 경력도 보유하고 있다.

카사노바는 한마디로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자유분방한 영혼의 소유자였다. 그는 말년에 도서관 사서로 일하면서 불후의 자서전(내 삶의 이야기)을 집필했다. “나는 여자를 사랑했다. 그러나 진정으로 사랑한 것은 자유였다”는 어록을 남겼다.

출처: 문화일보(2025-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