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헌법학

더불어민주당은 삼권분립에 따른 사법권의 독립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대법원장과 대법관에 대한 무고한 공격과 위협은 헌정사상 전례가 없는 의회 폭거이다. 민주당이 발의하거나 이미 본회의 의결만이 남은 법안들은 이재명 후보 방탄을 위해 사법권의 독립을 훼손하는 내용이다. 대법관의 수를 30명으로 늘리겠다는 대법원 장악 법안과 법왜곡죄가 대표적이다. 모두 이 후보를 위한 위인설법(爲人設法)이다.

대법원 판결의 하급심에 대한 기속력 때문에 이 후보는 사실상 유죄가 확정된 범죄자다. 범죄자가 자신을 심판한 법관을 심판하겠다는 기상천외한 일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 독일은 모든 법원이 판결할 때 반드시 ‘국민의 이름으로’ 다음과 같이 선고한다고 말한다. 우리 대법원도 국민의 이름으로 이 후보에게 유죄를 선고한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이 후보와 민주당의 사법부에 대한 폭거는 주권자인 국민에 대한 폭거와 같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사법권보다 국민주권이 우선이라고 강변한다.

보다 못한 1004명의 원로 법조인, 대한변협 및 교수단체 정교모 회원 6000여 명도 민주당의 사법권 침해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내며 저항하고 있다.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 후보는 민주당의 사법부 장악 법안들에 대해 ‘지금은 논의할 때가 아니라’고 말해 당선 후에 다시 추진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그의 뜻이 성사되면 우리나라의 법치주의와 자유민주주의는 막을 내리게 된다. 상상만 해도 참으로 소름 끼치는 독재·공포정치의 시작이다.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상고심을 신속하게 진행해서 6·3 대선 전에 판결한 것도 문제 삼는다. 국민이 후보들의 범죄 전력과 자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투표하도록 하기 위한 매우 당연한 재판이다. 소수 이념 법관들의 비난과는 달리 선거 개입이 아니라, 오히려 올바른 선거를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사법권 독립은 법관이 어떤 외부의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헌법과 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할 때 가장 확실하게 보장된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그 정반대이다. 법관 스스로 대선이 끝날 때까지 이 후보의 5개 재판을 중단하는 저자세 결정을 했다. 법치 선진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이처럼 비굴한 법관이 이 후보가 당선한 후에 과연 그 재판을 법대로 속행할지 심히 우려된다. 헌법 제84조와 제68조 제2항에 따라 이미 시작한 재판은 당선 후에 당연히 계속해야 함에도 이 규정이 지켜질지도 의문이다. 무죄 판결은 하되 유죄 판결은 미루라는 해괴한 법안까지 나와 있다. 사회정의 실현의 최후 보루인 사법권의 독립이 무너지면 국민의 자유와 권리도 함께 무너진다.

주권자인 국민은 자신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내란 프레임에 속지 말고 구국의 투표를 해야 한다. 누란의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투표로 구해야 한다. 독일 바이마르공화국이 히틀러 독재국가가 될 때의 과정을 밟고 있는 것 같아 참으로 심란하고 걱정된다.

내일 본투표를 앞두고 주권자는 무엇보다 소중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 민주시민이 없는 곳에 민주주의가 꽃필 수 없다는 법언은 만고의 진리이다.

출처: 문화일보(2025-06-02)